장자(莊子)에 나오는 이야기 중에 ‘포정해우(庖丁解牛)’라는 말이 나온다.
포정은 궁중 요리사(주방장)의 이름입니다.
포정이 위나라의 왕인 문혜군(文惠君)을 위해서 궁중에서 소 잡는 일을 했다.
하루는 문혜군이 우연히 포정이 소 잡는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란다.
포정의 손짓, 발짓, 몸짓은 소 잡는 일을 하는 사람 같지 않고, 아름다운
음악에 맞추어 마치 춤을 추는 듯 보였다.
문혜군이 귀신에 홀린 듯이 포정의 소 잡는 기술을 다 본 다음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묻는다.
“소 잡는 기술을 어떻게 배웠기에 이러한 경지에 도달했느냐?”라고 묻는다.
포정이 하는 일을 잠시 멈추고 소를 잡기까지의 과정에 대하여 설명을 한다.
“처음에는 소가 산처럼 보여서 어디서부터 칼을 대서 이 소를 해체하고
고기를 발라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는데, 3년이 지나면서부터 눈에 소가
보이지 않고 마음으로 소를 보게 되었고, 마음으로 소를 보면서 해체해
나가는 과정이 마치 정해져있는 길을 따라가는 것처럼 도(道)를 따르는 것
과 같다”라는 얘기를 한다.
결국 이 사람 말의 핵심은 회통(會通)에 있다.
만나는 가운데 통하는 길을 찾아내는 것이다.
뭐가 만나?
살과 뼈가 만나는 자리.
그 사이를 어떻게 통과해야할지 마음의 눈으로 본다.
이제 도(道)가 트이니 칼의 두께가 전혀 의식되지 않고 살과 뼈 사이로 빈
공간이 보이므로 그냥 두께가 느껴지지 않는 칼을 집어넣으면 되는 것이다.
칼을 잡는 순간에 이미 칼이 어디로 들어가서 어디를 거치고 마지막에
어떻게 되는가가 훤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눈앞의 소는 포정을 조금도 힘들게 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정육점의 칼잡이는 세 종류로 분류한다고 한다.
첫 번째는 족포다.(보통수준의 백정)
족포는 달마다 칼을 바꾸는 사람이다.
왜 달마다 칼을 바꿀까?
칼로 단단한 뼈를 건드리고 힘줄을 억지로 자르려고 하다 보니 칼날이 쉽게
상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양포다.(수준급의 백정)
양포는 1년에 한 번씩 칼을 바꿉니다.
이 사람은 뼈와 힘줄을 피해갈 줄은 알지만, 아직은 살을 억지로 손질하려
고 하니 칼날이 무뎌지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포정이다.(신기에 가까운 백정)
포정은 뼈와 뼈 사이에 마음에서 보는 공간에 칼을 집어넣는다.
또 뼈와 살이 만나는 공간에서는 뼈와 살 사이로 칼을 집어넣는다.
이미 나 있는 길을 가는 거다.
칼로 소의 살을 베는 것이 아니라 뼈와 뼈 사이에 난 길, 뼈와 살 사이에
난 길, 살과 살 사이에도 길이 있는 것을 보는 것이다.
부위와 부위 사이에 길이 있는 것이 마음에 보이므로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이지 살을 베어 내는 것이 아니다. 또 살과 가죽 사이에 길을 본다.
이렇게 지나가니 칼날이 상할 일이 없어서 자기는 19년 동안 칼을 숫돌에
갈지 않고, 칼날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소를 잡았기 때문이다.
뼈와 살 사이에 길이 눈에는 안 보이는데 마음에는 훤하게 보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道)를 따르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나 있는 길을 따라서 칼이 쓱쓱 지나가면 그 큰 소가 수백 부분으로 다
해체된다. 이 정도이니 위나라의 혜왕이 신기(神技)에 가까운 포정의 소
잡는 모습에 완전히 뿅! 홀려 빠질 만하지 않은가.
* 포정이 19년 동안 수 천 마리를 해체한 소중에 똑 같은 모양의 소가 한
마리도 없었다고 한다.
마치 우리 시장의 흐름이 요동치는 것처럼 !
그럼에도 불구하고 틈과 틈 사이에서 생기는 변곡점을 찍어내어 수익을 창출
하는 고수들이 존재한다. 그저 감동 또 감동할 뿐이다.
** 알려드립니다.**
새로 출간되는 책 “오솔길 인문학”편집을 위해 당분간 글을 올리지 못합니다.
주 말에 한 편정도의 글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승승장구(乘勝長驅)”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