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분>
이웃집 할망구가 날 보더니
가방 들고 학교 간다고 놀린다.
지는 이름도 못쓰면서
나는 이름도 쓸 줄 알고
버스도 안 물어 보고 탄다.
이 기분 니 는 모르 제.
83세의 늦깎이 나이로 한글을 깨우친 어느 할머니의 <내 기분>이라는 시다.
이 시 속에는 웃음 가득한 할머니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읽는
내내 빙그레 웃음 짓게 한다. 인생을 ‘다시’ 산다는 기분에 얼마나 좋을까 !
가장 똑똑하기로 소문난 스탠퍼드 대학 졸업생들이 세상을 나서는 순간인 졸업
식에서 애플의 CEO 이던 스티브 잡스가 세 번씩이나 반복하면서 연설한 내용
이다. “Stay Hungry-- 늘 갈망하라. Stay Foolish-- 늘 부족하다고 느껴라."
배가 고파야 도전하고, 자기가 어리석다고 느껴야 계속 배우려고 노력하기 때문
아닌가. 등 따시고 배부른데 누가 도전 할 것이며, 자기가 다 안다고 생각하는데
누가 더 배우려고 하겠는가. 배가 부르면 누구나 감각이 무뎌지고 나태해지기 마
련이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다 안다는 것은 한심한 착각이다.
“21세기 문맹인은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배운 것을 잊고 새로운 것
을 배우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인류학자 <앨빈 토플러>는 말하고 있다.
젊은이들에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안락한 삶이
나를 달콤하게 하지만, 그로 인해 성장은 멈출 수밖에 없고, 우환과 고통이 나를
힙들 게 하지만 그로 인해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편안함이 나를 교만하게 하여 나를 정체시킨다는 생각을 놓지 말라.
‘제 결혼생활은 얼마 못가 파탄이 났고, 졸지에 직장도 없이 자식을 키우는 처지
가 되었습니다. 영국에서 노숙자를 제외하고 가장 가난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제 삶은 너무나 비참했고 너무나 암울했으며 어두운 터널의 끝이 어디인지 얼마
나 오랫동안 계속될지 도무지 알 수 없었었습니다.
어떤 사람보다도 실패한 사람이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일을 시도
했고 , 실패했고, 포기하고 나니 제 앞에 할 수 있는 일은 소설을 쓰는 것뿐이
었습니다. 다른 모든 것에 실패했기 때문에 글 쓰는 일에만 온전히 자신을 바쳤
습니다. 제가 만약 다른 것에 성공했다면 제가 원하던 소설 쓰기에서 성공하겠
다는 굳은 의지를 다지지 못했을 것입니다.’라는 이 연설은 다름 아닌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저자 조앤 롤링이 2008년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한 말이다.
롤링은 ‘해리포터시리즈’로 영국 여왕보다 부자인 5번째 부자가 되었다.
글을 쓰는 일도 쉬운 것은 아니다. 작가 박완서 교수는 “글을 쓰는 것은 몸에서
진액을 빼는 것처럼 고통스런 작업이다”라고 했으니 쉬운 일은 아니다.
그녀가 세계적인 수재들이 사회로 나가는 출발점에서 강조한 메시지는 어떤 실패
에서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추락하던 주식이 다시 상승하려면 반드시 바닥을
치고 다져야 한다. 많이 다질수록 상승폭이 더 큰 법이다.
이중바닥, 삼중바닥 다진다고 하지 않던가.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여자 양궁 단체 팀은 8연패라는 대위업을 달성했다.
어떻게 그토록 오랫동안 1위를 지킬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하던
차에 <따뜻한 독종>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쓴 양궁감독 서거원 씨는
“뼈를 깎는 노력”의결과라고 말하며 훈련내용을 이렇게 요약해서 설명한다.
* 선수들은 매일 새벽 5시부터 시작해 저녁 8시에 끝낸다.
차갑고 무서운 겨울 밤 천호대교에서 한 사람씩 출발해 63빌딩까지 걷기도 한
다. 더 압권인 것은 인간이 가장 공포심을 느끼는 11미터 높이에서 하이 다이
빙을 하고, 그것도 부족해서 충주호에 있는 우리나라 최고 높이인 62미터짜리
번지점프를 한다. 그것만이 아니다. 캄캄한 밤 뱀들이 우글거리는 소굴에 손을
집어넣어 뱀을 잡아 들어 올리는 훈련까지 한다.
이처럼 혹독한 훈련을 시켜도 선수들은 불평 하나 하지 않고 따른다.
왜냐하면, 지도자가 솔선수범을 보이고 함께 훈련에 참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테네에 있는 ‘콜린토스 운하 번지 점프’ 훈련사례를 읽다가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번지점프를 수없이 해왔던 서거원 감독도 이 운하번지 점프는 죽을
것같이 무서웠다고 말한다. 폭은 좁고 바람은 쌔고 양 옆의 바위 절벽에 부딪
힐 것 같은 극심한 위험에 휩싸였다. 예외 없이 감독이 먼저 뛰어내리고 나서
‘자 이제 누가 먼저 뛸 거냐? 하고 묻는다.
여자 선수 A가 손을 들었다. 그 다음도 여자선수 B였고, 그다음도 여자C였다.
두 달 후 올림픽을 치렀다. 그 결과는 참으로 놀라웠다.
‘콜린토스 운하 번지점프를 한 순서대로 A선수는 금메달, B는 은메달, C선수
는 탈락이었다. 우연치고는 놀랍지 않은가.
성경<고린도후서4:14>에 “새로움은 깊이에서 나온다.”라고 한다.
여러 방면에 다재다능한 사람을 가리켜 팔방미인이라 하는데, 이런 사람은 한
가지를 깊게 알지 못한다. 여러 것에 눈이 가면 한곳에 집중력이 떨어진다.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은 언제나 한 가지에 집중한 일방미인이다.
여러 것에 치우치면 깊지 못하다.
깊은 우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
고수는 숲을 보고 하수는 나무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