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이 이스라엘 왕이 되자마자 친구인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가 목욕하는 모습을 보고 욕정을
이기지 못해 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구약성서에 기록되고 있다. 김유신 장군이 한 때 천관이라는
여인에게 빠졌다가 어머님의 훈계를 듣고 애마의 목을 내리 치고 나서야 그녀와의 인연을 끊었다
는 역사적 기록을 볼 수 있다. 공자는 40은 불혹(不惑)이라 했는데 이 말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
아 어른인 것이 아니라 흔들려서는 안 되기에 어른인 것’이라는 말 아닌가. 단도직언으로 여자는
사기꾼과 재비를 조심해야 하고 남자는 꽃뱀의 유혹을 이겨야 할 것이다.
성경(사사기14:6)에 11세기경 하나님의 선택에 의해 괴력의 힘을 가지고 태어난 삼손(Samson)
은 맨 손으로 사자를 염소 새끼 찢듯 맨 손으로 때려잡을 만큼 힘이 강했다. 요즘시대 영화 속 인
물로 보자면 헐크 같은 힘을 가진 자다. 하지만 삼손은 하나님에 대한 헌신을 서약한 ‘나실인’
(이스라엘)으로서, 시체를 가까이하여 몸을 더럽히지 말고, 독주를 마시지 않아야하며, 머리를 깍
지 말고 몸을 거룩하게 지켜야 한다. 그런데도 삼손은 시체를 만지며 술을 마실 뿐 아니라 적의
앞잡이인 ‘데릴라(미색을지닌팔레스타인스파이)’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강한 힘을 가졌다는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그 힘을 잘 못 사용하는 게 문제다. 삼손만 해도 그 몸에 주어진 힘을 가지
고 자신을 붙잡으러 온 블레셋(팔레스타인) 군사 일 천명을 나귀 턱뼈 하나로 물리친 장군이었지
만 그에게 약점이 하나 있었다. 자신의 마음을 조절할 줄 몰랐다는 것이다. 특히 여자를 너무 밝
혔다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하지만 이를 알고 경계하면 큰 탈을 피할 수 있겠지만 삼손은
자기 자신을 살필 줄 몰랐다. 너무 강한 남자여서 두려움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을 돌아보면서 근
신하려 하지 않았다.
삼손의 약점을 적들(불레셋사람들)이 가만둘 리가 없었다. 삼손의 여인이었던 데릴라를 매수해 삼
손의 초인적인 힘의 비밀을 파 내려하였다. 진심으로 삼손을 사랑하는 게 아니었던 이방여자 데
릴라는 이 전략에 홀딱 넘어간다. 여자를 너무 밝혔던 삼손은 이런 사실조차 모르고 ‘당신의 엄
청난 힘의 근원이 어디냐’라는 데릴라의 끈질긴 물음 앞에 대답해주고 싶어 안달이 난다. 데릴라
가 날마다 재촉하며 조르매 삼손의 마음이 번뇌하여 죽을 지경이다. 결국 그녀 집요한 물음에 견
디다 못해 태어날 때부터 깍지 않은 머리카락이 그 힘의 원천이라고 데릴라에게 발설하고 만다.
누구든 한 생애를 살아가면서 이런 순간을 한두 번쯤 맞이해 보았을 것이다. 유혹이든 시험이든
자신의 전 존재를 흔들어 놓는 문제로 인해 번뇌하며 죽을 지경인 순간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신
앙을 가졌든 안 가졌든 기도해야 하는 것이다. 기도란 자신의 힘으로 어찌하지 못하는 그것을 신
앞에 엎드려 비는 것이다. 삼손은 끝내 기도하지 않았고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비밀에 노출된
삼손은 데릴라의 무릎에서 잠이 든다. 그 사이에 그녀는 삼손의 머리카락을 모두 밀어버린다. 그
후부터 힘을 쓰지 못하자 블레셋 군사들에게 붙잡혀 두 눈을 뽑힌 채 청동족쇄를 차고 옥에서 맷
돌을 돌리는 비참한 신세로 전락한다. 누구보다도 강하고 위대한 힘을 가진 일국의 장군이라는
사람이 여자의 유혹에 홀라당 넘어가 비참한 노예 신세가 된 것이다.
불후의 명작<실락원>을 쓴 영국의 시인 존 밀턴의 <투사 삼손>이라는 책에 ‘삼손의 위대함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고 말한다. 블레셋 사람들은 그들의 신전(다곤)에서 제사를 드릴 때 삼손을
웃음거리로 만들기 위해 삼손을 불러다 놓고 그의 비참한 모습을 비웃어준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삼손은 신전을 바치고 있는 두 기둥사이에 자신의 몸을 기대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그리고
이때 삼손은 다음과 같이 기도를 간절하게 드린다. “하나님이여 구하옵나이다. 이 번만 나를 강하
게 하사 나의 두 눈을 뺀 블레셋 사람들에게 원수를 갚게 하소서”보통 사람 같으면 자신의 허물로
인해 자초한 것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무기력한 모습으로 자포자기 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삼손은 그가 지은 죄를 참회하고 “이번만은 나를 강하게 하소서”라는 장엄한 기도를 드림
으로서 조국 이스라엘을 블레셋 사람들로부터 지켜내야 할 자신의 못 다한 마지막 사명을 이루려
한다.
강(强), 약(弱), 이후의 강(强)이 정말 강하다는 사실을 아는가? 쉬운 말로하면 고난이 결국
축복이 된다는 사실을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모든 걸 빼앗긴 그 폐허의 자리에서 다시 하
나님을 찾으며 기도할 때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이 주어진다는 것을 삼손은 알고 있
었다. 그리하여 ‘이번만 나를 강하게 하소서’라는 기도 후에 혼신의 힘을 다해 신전의 기둥을 힘껏
껴안고 밀자 두 개의 신전 기둥이 쓰러지면서 신전 안에 있던 삼손도, 수 천 명의 블레셋 사람들도
모두가 그 아래 깔려 죽고 만다. 성경 기록에 의하면 ‘삼손이 죽을 때에 죽인 자가 살았을 때 죽인
자보다 많았더라. 라고 한다.
놀랍지 않은가? 우리는 여기서 그 장엄했던 순간이 결코 순간적으로 주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삼손의 그 전무후무한 힘은 그가 두 눈이 뽑힌 채 맷돌을 빙빙 돌렸던 고난의
세월 속에서 길러졌음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고난 중에 축적된 마지막 힘이야말로 절제절명
의 순간에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을 삼손의 죽음을 통해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적는다.
우리는 우리가 이제껏 어떻게 살아왔느냐보다 더 중요한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낼 것이냐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