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孔子)는 군자(君子)의 도(道)가 드러나는 곳을 출처어묵(出處語默)
의 4 글자로 요약했다. 인생의 문제가 出處語默의 문제라는 말이다.
出處는 나서야 할까, 말아야 할 것인가 이고, 語默은 말을 할 것인지, 입을 닫고
침묵해야 할 것 인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삶에서 제일 어려운 게 出處의 문제요
語默의 문제다.
특히 요즘처럼 나라가 어지러운 시국에는 ‘나서야 할 것인지, 말아야 할 것
인지, 말을 해야 할 것인지, 침묵해야 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일이다. un사무총장까지 지낸 분도 出處語黙에서 좋은 점수를 따지 못해 허망
하게 퇴장했다. 이분은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다.
그런데 국정을 대신하고 있는 황총리를 보라. 出處語默에서 좋은 점수를 따고
있으니 여론조사반응이 올라가고 있다. 나서겠느냐고, 끈질기게 물어도 소이부답
(笑而不答)이다. 입은 닫고, 살짝 웃음으로 답한다. 때가 오면 말 할 것이라고 한다.
반씨와 황씨의 차이는 出處語黙의 차이다.
윗분들에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다 해당된다.
남 이야기가 아니라, 나 자신부터다. 말도 그렇다.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게 되면
말 잃고, 사람까지 잃게 되는 법이다.
신영복 교수의 말이다.
“사람이란 모름지기 자기 역량보다 조금 모자라는 자리에 앉아야지 그 자리가
사람보다 크면 사람이 상하게 된다.”고 했다
능력이 100 이라면 70정도의 능력을 요구하는 자리에 앉아야 적당하고 30정도의
여유가 창조적이고 예술적 공간이 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도, 그 자리도 파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력, 재능, 적성에 아랑곳없이 너나 할 것 없이 큰 자리, 높은
자리 욕심내는 꼴을 보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적어도 만족할 줄 알고, 멈출 줄 알아야지 높은 자리만 쳐다보다가는 본인 뿐 만아
니라 주변까지 힘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