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리코너 장인수 선생 노량진 대성학원 입시 전문학원에서 강사로 퇴직후 1만여권의 책을읽고 주옥같은 내용 을 선별하여 진서리 코너에 게제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루지 못한꿈 자식에게 읽게 하십시요
  • 발 밑을 살펴라
  • 2017-02-12
진서리
  '발 밑을 살펴라.'

 


중국 송나라 때 법연 선사가 제자와 함께 밤길을 멀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손에 들고 있던 등불이 세차게 부는 바람에 꺼지고 말았다. 어둠을 밝혀주던 등불이 꺼지자 칠흑같이 캄캄해서 앞뒤를 분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스님께서 제자에게 어떻게 해야겠느냐고 묻는다.


 


제자가 '조고각하(照顧脚下)'라고 대답한다.


발 밑을 조심이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한 발만 잘 못 딛게 되면, 천 길, 만 길, 절벽 밑으로 떨어져 다치거나 죽을 수밖에 없으니 '발 밑을 조심이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어쩌다 산사에 가면 법당 입구 기둥에 '照顧脚下'라는 글이 붙어있고, 토방에는 스님들의 하얀 고무신이 가지런히 잘 정돈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신발을 벗을 때 제자리에 놓았는지, 나아갈 때 바로 신을 신 을 수 있게 놓았는지를 살펴보라는 말이다.


 


신발 하나 벗어 놓는 것도 수행(修行)의 한 단면이다.


신발이 잘 정돈되어 있는 집은 도둑도 그냥 나간다고 한다.


신발이 잘 정돈된 집은 털어봐야 가져갈 것이 없다고 단념한다는 말이다.


 


'照顧脚下'라는 말에는 '우리의 삶 전체를 살피고 돌아보라는 뜻이 담겨있다. 신발 하나 벗어놓는 일도, 수행으로 여기고 소홀이 하지 않는 조심스런 마음으로 살피고, 돌아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행이라는 말은 닦는다는 말이다.


무엇을 닦느냐?


 


불교에서는 업()이라 하는데, 그것은 3가지로 본다.


몸으로 짓는 행위, 입으로 짓는 행위, 마음으로 짓는 행위다. 이걸 잘 살피라는 것이다. 그러니 이 말이 가지고 있는 참뜻은 조그마한 일에도 방심하거나 자만하지 말라는 말씀 아닌가.


 


시인 신달자씨는 <중년> 이라는 시에서 중년을 이렇게 풀어낸다.


 


중년, 가지런히 수저를 놓는다.


가지런히 신발을 벗는다.


그렇듯 정성스레 그대를 본다.


꽃도, 새도, 구름도, 바다도,


지금은 진심으로 만나지 않으면,


공손히, 깊숙이, 조심스럽게 껴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까 중년이 되거들랑 평상시 하던 일, 수저를 놓는 것, 신발을 가지런히 벗는 것, 사람을 쳐다보는 것, 이런 모든 것 안에서도 진심으로 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니, 바람도, 공기 같은 것도, 공손히, 깊숙이, 조심스럽게, 껴안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시인의 마음이 조심스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