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의 추석(秋夕)명절
온 가족이 함께 모인다.
대개 20대에서 80대까지 3대가 한 자리에 모인다.
3대의 관심이 각기 다르니 대화의 내용도 다르다.
80대는 어쩌지, 낄 때가 없다.
괜히 끼어 꼰대가 되기는 싫다.
그래서 명절이 괴롭다.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 모인 노인들의 말이다.
“여기라도 와야 대화가 된다.”
가족이라도 노인과 대화하기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노인은 노인과 어울려야 편한다.
생각해보니 60대가 제일 좋았던 것 같고,
70대는 그런대로 희망이 있었다.
80대가 되고 보니 몸이 여기 저기 아프기 시작하고
말 걸어주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그래서 외로워진다.
소설 '은교'에서 박범신은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이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는 벌이 아니다"라고 했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늙음을 향해 한발 한발 가는게 아니라
늙는다는 것은 '상실'을 의미한다. 육체적으로만 상실하는 게 아니다.
상실 중에 가장 무서운게 '기억'이다.
기억이 나지 않으니 말을 잇지 못한다. 그래서 입을 궂게 닫는다.
젊었을 때는 좋은 친구 나쁜 친구 구별을 했었다. 80대에 그러면?
“생노병사(生.老.病.死)”라
老 다음에 炳과 死가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인생은 무상한 것,
건강도 돈도 강물처럼 흘러간다.
성경은 “보이는 것들은 잠깐이다” 라고 했다.
집착하지 말고 놓아버려야 한다.
오늘 지금에 만족하고 감사하자고 나를 토닥여 준다.
괜찮아, 다 그런거지, 고마워, 사랑해,
“나의 생각은 너의 생각과 다르다.
하늘이 땅보다 높음같이 내 생각은 너의 생각보다 높다”
라는 성경 구절을 암송하며 위로를 받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