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리코너 장인수 선생 노량진 대성학원 입시 전문학원에서 강사로 퇴직후 1만여권의 책을읽고 주옥같은 내용 을 선별하여 진서리 코너에 게제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루지 못한꿈 자식에게 읽게 하십시요
  • 고수는 말로 하지 않는다.
  • 2025-07-21
장성수

고수는 말로 하지 않는다.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로 신기(神技)에 버금가는 기술(솜씨)를 가진 소

잡는 백정과 수레바퀴 깎는 목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1. 소 잡는 백정 이야기

장자에 <포정해우 庖丁解牛> 이야기가 나오는데 포정(백정)이 해우(解牛)

즉 소의 뼈와 살을 발라낸다는 말로 신기(神技)에 가까운 솜씨와 기술을

칭찬할 때 비유하는 말이다. 포정은 당시 궁에서 소 잡는 최고의 요리사였

다. 어느 날 궁에서 소를 잡고 있는데 지나가다가 그 모습을 본 왕이 감탄

하며 포정에게 소 잡는 도(道)를 물었다.

제가 처음 소를 잡을 때는 소의 겉모습만 보였습니다. 3년이 지나니 소의

겉모습보다는 소가 부위별로 보였고 19년이 지난 지금은 소를 눈으로 보

지 않고 마음의 눈으로 소의 살과 뼈, 근육 사이의 틈새를 봅니다. 아직 한

번도 칼질을 실수하여 살이나 뼈와 부딪힌 적이 없습니다. 평범한 백정은

1년 만에 칼을 바꾸는데, 제 칼은 19년이 지났어도 그대로입니다. 소의

뼈와 살, 근 육 사이의 틈새 사이를 가르기 때문에 칼날이 그대로입니다.

이것이 저의 소 잡는 비법입니다.

서툰 목수가 연장 탓을 한다는 속담이 생긴 것이다.

2. 수레바퀴 깎는 목수 이야기

장자에 수레바퀴 깎는 목수 이야기가 있다. 하루는 임금이 대청마루 위에

서 책을 읽고 있고 목수는 뜰 아래에서 수레바퀴를 깎고 있다가 망치와

끌을 놓고 올라와서 임금에게 묻는다. “임금께서 지금 읽고 있는 책에 무

엇이 쓰여 있는지 감히 묻습니다. ”그러자 ‘임금은 성인의 말씀이니라’

그렇다면 그 책은 성인의 찌꺼기나 다름없습니다. 아니 내가 책을 읽고

있는데 바퀴 깎는 목수 놈이 어찌 시비를 건단 말이냐? 만일 이치에 맞는

설명을 하면 살려주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는 너를 죽이겠다 그러자

목수가 대답한다. 저는 수레바퀴를 깎는 일만을 평생 해왔는데 조금만 빡

빡하게 깎아도 안 되고 조금만 느슨하게 깎아도 안 됩니다. 적당하게 깎는

기술은 제 손 끝에서 나오는 감각입니다. 그러니 말로 할 수가 없지요.

그래서 제가 제 자식에게도 깨우쳐 줄 수도 없고 제 자식 역시 이어 받을

수가 없습니다. 나이가 70이 넘었는데도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임금께서 읽고 있는 그 책은 옛사람의 찌꺼기나 다를 바 없습지요.

위의 두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이나 글’로 배울 수가 없다는 교훈이

다. 오직 몸소 익혀 깨달아야 한다. 설사 말이나 글을 통해서 배운다 하

더라도 오랜 숙련과 훈련을 거치지 않고서는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 아니겠는가 “누구나 처음은 다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