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낙폭 확대..수출주 실적불안↑
日기업 대비 매력 주목..외국인, 실적호전株 매수 꾸준
환율이 연일 급락세를 거듭하면서 증시의 관심도 외환시장 쪽으로 비중을 옮겨가고 있다.
환율 영향력을 크게 받는 수출종목들의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안 그래도 증시가 모멘텀 부재에 고민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실적시즌을 앞두고
환율 민감도가 높아져 있는 터라 환율 하락에 대한 경계심리가 강해지고 있다.
◇ "환율 하락, 수출주 발목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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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4.3원 하락한 1140.5원에 마감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7~8원 가량 하락하던 데에서 오후 들어 낙폭이 두 배 이상 커졌다.
1170원대를 오르내리던 작년말과 비교해 불과 일주일새 30원 넘게 하락한 것이다.
환율은 작년초 1500원대에서 움직이다가 경기가 회복되고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꾸준히 하락하는 흐름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속도가 점차 빨라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 수출기업들의 수익성 문제가 걸린다.
올들어 작년과 같은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잠복해 있는 가운데
환율이 급락세를 이어갈 경우 수출종목들의 실적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현대차와 기아차 등 자동차 주요 종목들이 크게 하락한 배경에 환율 하락이 포함돼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작년 세계적인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자동차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수
있었던 데에는 환율로 인한 경쟁력 강화 영향이 작지 않았다.
◇"엔화에 더 관심..국내 증시 매력 떨어질수도"
달러-원 환율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엔-원 환율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과 맞붙는 경우가 많은 일본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만년 강세로 일본 증시를 붙잡고 있던 엔화가 최근 빠르게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타고
있다. 작년말 100엔당 1300원대였던 엔-원 환율은 올들어 1240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같은 흐름이 이어지면서 추가 낙폭이 커질 경우, 가격 메리트를 등에 업은 일본
수출기업들의 매력이 부각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옮겨갈 수 있다.
최성락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요 통화 가운데 엔화가 가장 빠르게 약세를 보이면서 엔-원 환율도 박스권 하단을 뚫은 상태"라며 "엔-원 환율이 계속 떨어질 경우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그동안 못 오른 일본 수출종목들이 우리나라 종목들보다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외국인 매수 지속..`증시 낙폭 제한적`
다만 이날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꾸준한 매수를 지속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 볼 만 하다.
오전중 2000억원대 순매수를 보였던 외국인은 오후 들어 환율이 낙폭을 배 이상 키웠는데도 매수세를 강화,
4000억원 가까운 순매수를 기록했다.
작년말까지만 해도 외국인은 환율이 급락할 때 강한 경계감을 보이며 매도로 돌아서거나 매수세를 누그러뜨려왔다.
하지만 이날의 경우 삼성전자를 비롯해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IT 종목으로 외국계 증권사를 통한 매수가 강하게 유입됐다.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긍정적 시각이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는 것.
외국인의 꾸준한 매수 덕에 주가지수도 약보합권에 머물렀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5.52포인트(0.33%) 하락한 1690.62에
마감했다. 환율이 급락할 때마다 함께 하락곡선을 그리던 때와 비교할 때 180도 다른 모습이다.
김학균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자금 집행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1월에 외국인은 밸류에이션 메리트가 있는 한국 증시에 강하게
투자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당장 추세를 바꿀 만한 악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외국인은 1월 뿐 아니라 1분기 전체적으로도
한국 주식을 순매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