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의 거리
철학이란 ‘지혜'를 가리키고 철학자란 지혜를 지닌 사람이다.
독일의 철학자는<니체>는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
"나를 아프게, 슬프게, 힘들게 한 것이 오히려 나를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삶이 힘들 때마다 자신의 본능이 반응하는 대로 내버려두면 그저 불평불만만 쌓여갈 뿐이다.
시련을 대하는 태도가 명확해야 온갖 시련 때문에 쉽사리 소용돌이에 휘둘리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시련 없는 삶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생의 크고 작은 시련을 대하는 적극적이고 낙관적인 태도를 갖게 되면 그 어떤 절망에도
쉽사리 굴복하지 않는 단단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전에 종로3가에 모임이 있어 나갔다가 탑골공원(낙원상가)옆에 ‘송해의 거리’를 지나면서
인간 송해의 인생을 살펴봤다. 그는 황해도 출신의 코미디언, 가수, 그리고 MC이며 현역 방송인
가운데 최고령인 93세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은 참 운도 좋은 사람 같다고 하겠지만, 아니다.
그는 6,25때 가족과 생이별을 한 이산가족일 뿐 아니라. 사랑하는 외아들을 불의의 오토바이
사고로 떠나보내는 불운을 겪었다. 대학생이던 외아들이 사고가 날 것을 염려해 오토바이를
절대 못 타게 말리고 아내가 자신을 몰래 사줬던 오토바이를 부숴버리기까지 했지만, 아들은
결국 아내가 몰래 사준 두 번째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빗길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비극적인 사건을 겪으면 비극은 더 깊어지고 사고의 책임소재를 두고서
가정불화를 겪다가 이혼까지도 가는 또 다른 비극을 초래하게 되지만, 송해는 달랐다.
그는 북에 두고 온 어머니가 자식인 자신을 잃었을 때의 심정과 사랑하는 외아들을 잃은 아내의
심정이 같을 것이라는 깨닫고 아내에 대한 원망을 내려놓고 위로와 안쓰러움으로 세상의 풍파를
함께 헤쳐 나가자고 다짐을 했다.
송해는 1.4후퇴 때 혈혈단신으로 남쪽으로 내려온 실향민으로 생활이 어려웠고 또 축하해줄
가족도 없어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채 63년을 살았었다. 90세가 되어서야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결혼 이벤트를 열고 사랑고백을 하기도 했었다.
송해도 수많은 좌절의 벽에 부딪쳐 왔다.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실의에 빠져 자실을 기도한 적이 있었지만 이때마다 니체가 외친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이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말에 힘입어 송해는 스스로를 더
강하게 만든 것이 보통사람들과 다른 점이다.
상처가 있다고 모두 진주가 되진 않지만 상처 없이 만들어진 진주는 없다.
상처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성공은 무수한 실패의 무덤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며 해결책도 불행과 실패 속에 숨어있다.
우리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열광한다.
하지만 그가 그 길을 가기 위해 겪었던 갈등과 그 길 위에서 만남 숱한 외로움과 좌절에
대해서는 짐작만 할 뿐이다.
보이지 않는 고군분투는 염두에 두지 않는 게 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