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과불식(碩果不食)
주역에 “석과불식(碩果不食)”이란 말이 있다.
‘씨 과일은 먹지도, 팔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동서고금의 수많은 언어 중에 가장 아끼는 희망의 언어다.
절망을 희망으로 일구어내는 보석 같은 금언이기 때문이다.
석과불식은 고난과 역경에 대한 희망의 언어다.
씨 과일은 먹지 않고 땅에 심는다.
땅에 심어 새싹으로 키워내고 다시 나무로, 숲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것은 절망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길어 올린 옛사람들의 오래된 지혜
이고 의지다.
옛 날 농경사회에서 씨(종자)까지 먹어치운다거나 팔아먹는 사람을
희망이 없는 사람으로 여겨 씨 팔놈, 씨 팔년 이라고 비난했던 상스런
욕이 있었다. 종자돈까지 다 날리면 가망이 없는 사람 취급하여 x할놈,
x할년 이란 욕먹습니다.
‘석과불식’은 단지 한 알의 씨앗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지키고
키워야할 희망의 철학이다. 역경을 희망으로 바꾸어 내기 위해 꼭 남겨
두어야할 씨 과일, 어떻든 종자돈 함부로 써버리면 내 돈 없어지고 욕먹
습니다.
시골 고향집 앞마당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남겨두던 홍시가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