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밥상 100도를 지켜라.
  • 2009-07-30
임혜옥
100만명당 154명 “위험 여전”…탈수·쇼크 가능성도

맛·냄새론 구별 안돼…냉장고 믿지 말고 바로 먹어야

무더운 여름엔 주방에서 요리하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가스레인지 위의 이글거리는 불꽃을 보다 보면 땀은 삐질삐질 흐르고 식욕마저 싹 사라진다. 주부 김애란(32)씨는 이런 이유로 여름엔 자꾸 꾀를 부리게 된다. 요리하는 횟수를 줄이기 위해 국을 한꺼번에 끓여 냉동실에 저장해 놓았다 해동해서 먹는다. 아예 국을 생략하고 냉동실에 굴러다니던 생선을 오븐에 구워 김치와 함께 간단히 상에 내놓기도 한다. 다른 계절보다 장도 덜 보고, 음식도 대충대충 해서 먹는 날도 많다. 주방에 들어가기조차 싫은 날엔 가족들과 외식을 한다.

김씨처럼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식중독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냉장고만 믿고 음식물을 오래 보관했다 발등 찍힐 수 있고, 외식 중에 음식을 잘못 먹었다 큰코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 여전히 빈발한 식중독

정부에서는 식중독 예방을 위한 홍보를 일년 내내 펼친다. 식약청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아예 식중독예방 대국민 홍보사이트(http://fm.kfda.go.kr/)까지 만들었다. 최근 건강이나 음식물 위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졌으니 식중독 발생 건수나 환자가 줄어들 만하다. 그러나 식약청이 집계한 식중독 발생 현황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최근 3년간 식중독 발생 건수(각 지자체 보건소에 신고된 건수 기준)를 보면, 2006년 259건, 2007년 510건, 2008년 354건으로 들쭉날쭉하다. 식중독 환자 수는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지만, 인구 100만명 우리나라 식중독 환자 수는 154명으로 미국의 70.1명보다 여전히 많은 수준이다. 올해 6월 말까지 집계된 식중독 환자 수도 363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환자 수(3635명)와 비슷하다.

■ 7~8월엔 특히 어패류 조심

식중독은 식품 또는 물의 섭취에 의해 발생하였거나 발생한 것으로 생각되는 감염성 또는 독소형 질환이다. 식중독에 걸리면 복통, 설사, 구토 증세가 나타나고 미열이나 고열이 나는 경우도 있다. 최경성 한국산재의료원 순천병원 내과 과장은 “식중독에 걸리면 대부분 자연치유가 되지만, 일부 어린이와 노약자, 만성병 환자의 경우 탈수에 빠져 쇼크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식중독을 우습게 보다간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으니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날씨가 가장 더운 7, 8월에 식중독을 가장 많이 일으키는 식품은 무엇일까? 식약청이 2006~2008년 7,8월 식중독 원인이 되는 식품을 조사한 결과, 전체 264건 가운데 어패류가 60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김밥이나 도시락 같은 복합조리식품이 19건, 육류가 16건으로 뒤를 이었다.

7, 8월 식중독의 원인물질을 균으로 분류하면, 병원성 대장균(46건), 장염 비브리오균(45건), 황색포도상구균(24건), 살모넬라(17건) 순이었다.

■ 안전한 음식물 관리 요령

식중독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음식물 섭취와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여름과 같은 고온 다습한 상온에서는 미생물이 번식하기 가장 좋기 때문이다. 육홍선 충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음식에 미생물이 번져 있어도 맛이나 냄새는 크게 변화가 없다”며 “여름철엔 한번에 먹을 만큼만 조리해 싱싱한 음식을 그때그때 가열해서 먹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만약 자주 장을 보지 못한다면, 냉장고와 냉동고를 잘 활용해 적절한 기간 동안 제대로 보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음식은 어패류다. 고등어와 같은 생선, 오징어나 문어, 조개, 굴과 같은 어패류는 여름엔 가능한 한 익혀서 먹도록 하자. 어패류를 통해서는 장염 비브리오균에 노출될 수 있다. 이 균은 60℃에서 5분, 55℃에서 10분 가열하면 쉽게 죽는다. 굳이 회를 먹고 싶다면 민물보다는 바다회가 낫고, 싱싱한 회를 즉석에서 먹는 것이 좋다. 횟집을 고를 때는 주방 위생 상태가 좋은지 잘 살피고 선택한다. 장염 비브리오균은 잘 씻지 않은 칼이나 도마를 통해 교차 감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먹고 남은 회를 아깝다고 집에 가져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냥 버리는 것이 안전하다.

유제품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우유는 냉장고에서 꺼낸 우유를 바로 먹는 게 좋다. 1시간 이상 상온에 방치된 우유라면 미생물이 번식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우유를 먹었다간 배탈 나기 십상이다. 만약 장이 좋지 않아 찬 우유를 먹기 싫다면 우유보다는 요구르트를 먹는 것이 장에는 부담이 덜하다. 또 아이스크림 등을 먹을 때도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먹어야 한다.

육류 역시 바로 구워먹거나 조리해 먹도록 하자. 냉장실에 보관해야 한다면 하루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바로 먹지 않는다면 급속 동결시키도록 해야 한다. 육홍선 교수는 “돼지고기 등을 냉장실에 넣어뒀다 냉동실에 넣어 얼리면 육즙이 다 빠지고 육류 조직을 파괴해 맛이 없다”며 “오늘 산 고기를 오늘 내에 먹지 않는다면 바로 냉동실에 넣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간혹 냉동실에 보관하면 안전할 것이라 생각하고 오랫동안 고기를 보관하는 경우가 있는데, 1~3개월 정도 지나면 냉동실에서도 육류는 상한다. 따라서 3개월 이상 보관한 고기는 과감히 버리자.

햄이나 소시지, 참치캔 같은 가공식품 보관도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햄은 일부 먹을 만큼만 잘라 놓고 냉동 보관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참치 통조림 역시 한번 개봉했으면 생식품처럼 생각하고 빠른 시일 내에 먹어야 한다.





국을 많이 끓였다면 반드시 냉장실에 보관해야 하며, 아침저녁으로 끓여 보관해야 한다. 또 뜨거운 국을 빨리 식히기 위해 냉장실에 넣어 식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행위는 냉장실 온도를 오르락내리락 하게 함으로써 미생물 번식에 좋은 여건을 만들어준다. 뜨거운 국은 찬물에 담가 식히도록 하자. 여름철엔 냉장고 온도가 평소보다 2~3도 더 높으므로 자주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도 피하자.

감자나 파 등 채소는 신문지로 싸서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도록 한다.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놓으면 더욱 좋다. 채소나 과일을 냉장고에 보관할 때는 냉해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비닐이나 페트병을 이용해 수분이 날아가지 않게 잘 감싸고, 김치냉장고통 등에 담아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면 좀 더 싱싱하게 보관할 수 있다.

이외에 김밥이나 샌드위치 등도 식중독을 잘 발생시키는데, 여름철엔 김밥을 싸는 즉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바로 먹을 수 없다면 외식 메뉴로 김밥보다는 끓여서 먹는 국이나 전골류를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위생 제일‘ 식중독 예방 이렇게

1. 조리 전 또는 화장실에 다녀온 뒤에는 반드시 손을 20초 이상 비누칠해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자.

2. 음식물은 속까지 충분히 익혀 먹고, 물은 가급적 끓여 마시자.

3. 조리한 음식물은 바로 섭취하고, 보관할 경우는 반드시 냉장고를 사용하자.

4. 냉장 보관한 음식도 다시 먹을 경우에는 재가열해 먹자.

5. 조리 기구 및 행주는 뜨거운 물이나 살균소독제로 철저히 소독하자.

6. 칼과 도마는 조리한 음식용과 조리하지 않은 음식용으로 구분해 사용하자.

7. 씽크대 등 주방 내·외부를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한 달에 한 번은 냉장고 청소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