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 떠밀린 이동통신사들...요금감면 하나..`
  • 2009-08-03
임혜옥
소비자원 "세계최고 수준" 정부 '민생현안' 추진 압력

업계 "단순비교 안돼" 반발속 청소년 할인 등 서비스 고심

"기본료·음성통화료 내려야 요금인하 체감" 여론 높아

'휴대전화 요금인하' 문제가 최근 정부·여당의 민생정치 강화바람을 타고 여름철 통신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우리나라 휴대폰 통화요금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최근 발표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달 중 공청회를 열어 휴대폰 요금 인하 압력을 가할 예정이다. 대통령 자문기관인 미래기획위원회도 비싼 휴대전화 요금을 대표적인 민생 현안으로 꼽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는 휴대전화 요금이 높다는 정부 발표에 반발하면서도 수익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요금제도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불붙은 휴대폰 요금인하 논쟁

소비자원은 지난달 29일 "국내 소비자들과 통화량이 비슷한 미국·영국·홍콩 등 15개국의 휴대전화 요금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휴대전화 음성통화 평균요금이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이동통신 업계는 소비자원 발표에 대해 요금 부과 방식과 통신 방식이 다른 국가의 통신요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반박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소비자원이 산정한 음성통화 요금은 전체 이동통신 매출에서 무선 인터넷과 문자메시지 매출만 제외한 값"이라며, "한국은 벨소리나 컬러링(변형 통화대기음)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 매출이 큰데도 이를 음성통화 요금에 합산한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소비자원 발표는 평소 휴대전화 요금이 비싸다고 느껴온 소비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 국내 휴대전화 요금은 유선전화의 4배를 웃돈다. 회사원 장철환(42)씨는 "휴대전화 보급확대로 전 국민의 필수품이 됐지만 요금은 과거 휴대전화가 사치품으로 취급받던 때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지출 중 통신비 비중은 4.8%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이동통신 업계는 2007년에도 같은 통신회사 가입자 사이에 요금을 깎아주는 망내(網內)할인 등 요금인하 상품을 출시했지만, 가입자 비율이 약 15% 정도에 불과해 다수의 소비자들은 요금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없었다.

기본료·음성통화료 낮추는 게 관건

통신업계는 휴대전화 요금인하가 사회 분위기상 대세가 될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부 업체들은 요금을 약간 낮춘 새 통신요금 상품을 서둘러 내놓았다.

KT는 음성통화·문자전송·영상통화·무선인터넷 등 각 통신서비스의 사용량을 소비자가 직접 설계해 요금을 아낄 수 있도록 한 'DIY(Do It Yourself)' 요금제를 2일 출시했다. 임헌문 KT 상무는 "월평균 음성통화를 400분 하고 문자메시지를 100건 정도 보내는 소비자가 DIY 요금제를 선택하면 월 최대 9100원씩 요금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LG텔레콤은 문자메시지 요금을 20원에서 10원으로 낮춘 '문자 10원 요금제'를 선보였다. SK텔레콤은 청소년 요금할인을 검토 중이다.

이동통신 3사는 휴대전화 소량 사용자를 위한 요금상품으로, 요금을 미리 내고 그 한도 내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프리페이드(pre-paid) 요금제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이 요금인하 효과를 실감하려면 유선전화에 비해 훨씬 높은 휴대전화 기본료와 음성통화료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휴대전화 요금에서 기본료와 음성통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60~70%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