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리도 탐내는 한국 ‘전통꽃신’ 을 꿈꾸다
  • 2009-08-12
차평화

명품, 그 중에서도 구두에 대한 여성들의 애착은 남다르다. 그것은 차라리 집착 또는 애증에 가깝다.

미국의 인기 TV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여주인공 캐리는 극중에서 이렇게 말한다.


 "방세 낼 돈은 없어도 500달러짜리 구두는 기필코 사야 돼!" 이런 신상녀를 보고 자란 '제2의 캐리'가 오늘 우리 곁에 무수히 많다.

패션은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지배한다. 정장을 잘 갖춰 입은 날은 유난히 몸가짐을 조심하게 되는 반면,


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을 한 날에는 자세 또한 마구 흐트러진다. 이렇듯 여성들에게 하이힐이란


그 '갖춰 입음'의 절대적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이힐을 신으면 허리가 자연히 곧게 펴지면서 몸에 긴장감이


더해져 옷을 입었을 때 실루엣이 살아나면서 자신감을 북돋워준다.




하이힐은 우리나라의 전통 신발 '꽃신'과 묘하게 닮아 있다. 신으면 앞코 부분이 좁아 불편하지만


얄쌍하게 잘 빠져(?) 발이 예뻐 보이고, 외관이 화려하며 무늬가 다양한 것이 하이힐과 꽃신의 공통점이다.


많은 처녀, 혹은 아낙네들이 특별한 날에만 겨우 신어볼 수 있었던 곱게 수가 놓인 꽃신 한 켤레.


이렇듯 우리네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꽃신에 설레었던 것처럼 오늘날 젊은 여성들은 한 켤레에 수십만,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마놀로 블라닉, 크리스찬 루부탱 같은 외국산 명품구두에 열광하고 환호한다.


결국 명품구두 열풍에 우리의 전통 꽃신은 그냥 사라지는 걸까?

수년 전부터 한글을 자신의 패션 속에 차용해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의 실험에 이어, 한국을 대표할 문화 아이콘의 세계화를 타진해보는 대규모 이벤트가 개최돼 눈길을 끈다.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현대의 한국인이 정의하는 한국스타일을 말하다'는 부제 아래 막을 내린 '2009 한국스타일박람회'는


우리 전통문화의 여러 아이템들이 충분히 명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음을 보여준 박람회였다.


3회째를 맞은 이번 박람회는 150여개 기업, 350여 부스로 구성됐으며


한글 한식 한복 한지 한옥 한국음악 총 6개 분야에서 다양한 전통제품들이 출품돼 '우리 것의 현대화'를 엿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