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과 떼지어 나는 고추잠자리, 가을이다.
아침, 저녁으로 신선한 찬바람이 일면서 한의원에는 보약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우리가 가을에 보약을 많이 먹는 이유중의 하나가 여름철에 몸속의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여
지쳐있는 몸을 가을에 재충전하여 긴 겨울에 질병없이 추위를 이겨내자는 뜻도 있다.
동물들에게도 털갈이를 하거나 겨울 잠을 자기 위해 피하에 지방질을 충분히 저장하여 추운
겨울을 대비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한방에서 보약이란 용어는 부족한 정기(正氣)를 보충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정기란 인체가 활동하는데 꼭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 내분비계통의 기능을 말한다.
만성질환에 보약를 투여하면 체내의 면역기능이 강화되고 항병능력이 높아져 빠른 치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보약은 예방의학적으로 신체 저항력을 높여주어 질병으로부터
건강을 지켜주고 노화과정을 늦추며 세포의 재생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
한방에서는 보약의 적응증인 허증(虛症)을 몸의 상태에 따라 크게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처방한다.
첫째, 기(氣)가 부족해 땀을 많이 흘리고 쉽게 피로를 느끼는 사람에게는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 사군자탕(四君子湯)이 좋다.
둘째, 혈(血)이 부족해 얼굴빛이 창백하고 빈혈증세를 자주 호소하면 사물탕(四物湯)을
처방하며, 기(氣)와 혈(血)을 동시에 보할 때는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을 주로 사용한다.
셋째 음(陰-몸의 진액)이 부족해 갈증이 심하고 몸이 수척하면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이
적합하다. 넷째, 양기(陽氣)부족으로 추위를 많이 타고 정력이 약한 경우엔
녹용대보탕(鹿茸大補湯)이 대표적 처방이다.
하지만 인체의 질병과 증상은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의 체질이나 병증을 확인하여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에 따라 처방이 되어야 효과를 제대로 볼 수가 있다.
보약 복용시 주의하여야 할 사항과 금기해야 할 음식이 있는데,
금기 음식은 질병이나 약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닭고기나 돼지고기 등 육류,
지나치게 찬음료나 밀가루 음식, 커피나 차같은 자극성이 강한 음식, 무, 또는
과다한 음주 등은 보약 복용중에 대체로 피해야 할 음식들이다.
돼지고기 닭고기는 포화지방이 많이 함유되고 기름져서 심혈관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돼지고기는 성질이 차고 닭고기는 열성이기 때문에 약효에도 문제가 생겨서 금해 주는
것이 좋다. 또, 성질이 찬 냉음료나 밀가루음식 등도 금해주는 것이 좋은데,
찬 음료는 몸을 더욱 차게 하여 설사를 유발할 수 있고 밀가루 음식은 소화기의 활동력을
약하게 하여 복부 팽만감 등 소화불량 증세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강한 약효를 나타내는 커피나 차(茶)같은 카페인음료는 대부분 보약과 상충되는
경우가 많다. 빈혈로 인해서 보혈시키는 보약을 먹을 때는 감 같은 탄닌(tannin)이
든 떫은 음식은 철분의 흡수를 방해하므로 피해야 한다.
보약재 중 숙지황이 든 한약을 먹을 때 무를 먹게 되면 흰머리가 생긴다는 말이 있는데,
숙지황의 보하는 성질과 무의 하기(下氣-기를 아래로 내림)시키는 성질이 서로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금하는 것이지, 부작용으로 흰머리가 생기는 것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