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게되었습니다.

여러 상영작들이 있었지만 요새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다른 영화와는 다른 소재,

그리고 아직 우리에게는 낯선 인도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헐리우드에서 극찬을 받은 대작이라 영화표를 끊었습니다.

블랙!

나의 세상이 검다면...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다면.........그 세상은 존재하는 것일까요?

두눈을 갖고 두귀를 갖고 세상을 보고 듣는것이 어떤 일보다 자연스러운 저에겐

그와 같은 상상을 하기란 죽음을 맞이하였을때를 상상하는것보다 생소하고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이해하기란 내가 그 상황을 가졌을 때를 상상하는것 보다 더 힘들구요.

언젠가 이런 질문을 받은적이 있습니다.

태어날 때 부터 아무것도 보지 못한 사람에게 빨간색을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저는 아직도 이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눈을 감은채 빨간색을 상상하기란 쉬운것일지도 모르지요.저는 이미 빨간색을 알고 있으니까요...

불을 만져보게 해 준다고...?

그렇다면 그것이 빨간색일까요?

색이라는것은 우리사회에서 만들어낸 규정일 뿐이지. 아무것도 아닌것입니다.

눈과 귀가 없어도 사람은 존재하고 생각은 늘 피어납니다.

우리가 아는 세상속에서 모든걸 결정짓고 정의 내려 버리기 때문에 그 세상은 거기까지만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이 없는...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다른 세상에 대해선 없다고 치부해버리는 경솔함을 보이기도 합니다.

만약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눈과 귀는 아무런 존재가 아니라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땠을까요?

'원래 어둠속에선 눈은 아무소용이 없는것이에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둠이었던적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어둠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세상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어둠의 세상은 없는것이라 저는 감히 말했었습니다.

그 어둠의 세상을 그 무성의 세상을 우리는 무시해왔습니다.

우리의 세계가 훨씬 많은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을 가졌다는것은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알지 못하게 하는것은 아니었을까요?

오히려 자신이 가진 기능들로 인해 세상을 더 넓게 더 깊게 보지 못하는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더 넓고 깊은 세상을 보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는것이 아닐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를 비롯한 영화를 보던 관객들 모두가요...

어둠으로 시작했던 영화가 '티처'의 수염이 하얗게 새어버리는 것 처럼 점점 하얗게 물들어 갈 때,

점점 '티처'의 세상은 어둠으로 걸어가고 '미쉘'은 점점 빛으로 향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성공을 축하했지만, 우린 실패를 축하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거미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집을 만들기까지 수많은 실패를 한 거미 이야기를요...

사하이선생님은 제자미셸에게 인생은 아이스크림이라고 하였습니다.

아이스크림은 녹기 전에 맛있게 먹어야한다고...

또한, 인생도 그러하길....

사하이선생님이 제자 미셸에게 유일하게 가르치지 않은 말은 '불가능'이었습니다.

전 미쉘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티처사하이'도 아니구요.

분명 우리의 인생에 불가능도 많을겁니다.

눈과 귀로 이미 겪어보지 못한 불가능도 배웠구요.

영화를 보고 겪어보지 못한 불가능을 두려워 하는 나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결국, 실패란 성공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단순한 인간승리를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니였습니다.

한 인간으로서 오감을 가지고 모든걸 다 느낄 수 없을때 겪어야만 하는 상실감, 벽, 장애, 그리고........ 작은 행복......

이 모든것을 적절히 보여준.......... 그런 영화였습니다.

모두가 힘든 요즘 같은 때에 모두에게 희망을 나누고 싶어 이렇게나마 글을 올립니다.

B.l.a.c.k

검은색은 어둠과 갑갑함 뿐이 아닙니다.
그건 성취의 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