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물옵션 대란 비화
  • 2009-12-22
진서리


선물옵션에대한 소설목차 


날개 잃은 새 /이윤희 변호사 /첫사랑 /한밤의 살인사건 /시장의 감시자 /특수부검사/황금만능주의 /까마귀를 만나다
/홍콩의 투기펀드 /까마귀가 된 백로 /작전전야제  /투자상담사의 비밀/까마귀들의 비상 /분식회계/외국인과의 통정매매
/번지점프를 하다 /홍콩의 음모 /어느 개미투자가의 죽음/승자와 패자 /참고인 조사 /임채근 게이트/
대학생들의 제보 /계좌추적 /참회의 눈물 /인터넷동호회 증사모 /홍콩 물고기 떼의 상륙 /청와대의 고민 /
총성 없는 전쟁(The Money War)


소설내용 발췌...그래, 범죄조직도 국제화되면서 합법을 위장하여 활동한다면 그 파괴력은 엄청난 것이겠지.”
“으음, 선배 얘기는 전 세계를 상대로 소위 ‘작전’을 행하는 세력이 있다는 거야?”
정회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합법적인 펀드로 위장하여 한 나라의 증권시장을 장악하는 것. 우리나라의 삼성 전자 같은 블루칩도 알고 보면
외인의 작전종목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개인 및 기관은 거의 다 팔아치웠고 외인들이 유동물량 대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인 셈.  물량을 대부분 잡고 있다는 것은 그 주식의 가격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는 얘기고, 지금 삼성전자 같은 블루칩을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있지만 그들 외인들은 언젠가 삼성전자를 3백만원에 한국인들이 못 사서 안달하는 날이 온다고 자신하고
있다. 결국 물량을 내놓지 않으면서 가격을 띄우면 마지막에 한국인이 걸려든다는 설명이었다. 본인이 행하였던 작전처럼
말이다.


“윤희야. 결국 작전의 성패여부는 마지막에 비싼 가격에 살려고 덤벼드는 우매한 투자가가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어. 만약에 삼성전자를 삼백만원에 외인이 팔고난 후 미국에서 금리인상이다, 유가인상이다 하는
악재가 나와 전부 빠져나간다면 우리나라는 제1차 IMF때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이 올 거야. 윤희는 개미투자가들을
계몽하여 그러한 외인의 작전에 걸려들지 않도록 인터넷 동호회 등을 통해 그것을 막아야만 해.”


윤희는 조심스럽게 수첩에 정회의 이야기를 받아 적으며 이야기를 경청했다.
“흐음, 있을 법한 얘기네요. 비싸게 처분하고 그 이익금을 본국에 송금하려고 달러로 바꾸면
일시적으로 달러고갈현상이 올 수 있고 그러면 환율은 폭등할 테고...”
윤희는 이번 수사를 통하여 자신도 어느새 증권전문가가 된 것 같았다.


“역시 윤희는 대한민국의 경제정의를 실현시킬 충분한 자질을 갖추었어.”
 “으이구, 됐어요. 엎드려 절 받기네! ”
“어찌됐건 지금의 블루칩의 흐름을 잘 살펴야 할 거야. 언젠가는 무섭게 움직이기 시작할 거야.
그리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한국인이 걸려들 때까지 무서운 속도로 상승할 것이고 한국의 금융시장은 흥분의
도가니로 변해갈 거야. 그 최초의 움직임은 주가지수 선물에서 시작할 거야.”
“으음,” 윤희는 이어지는 정회의 말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trout라는 계좌 명에서 유래된 홍콩 물고기 떼가 국내 선물시장을 장악한 후
지속적인 콘탱고를 형성하며 선물시장을 달구게 될 거고 국내기관은 프로그램 매수정도로 대응하겠지.
그 와중에 개미 투자가 중에 시장이 과대평가됐다며 선물에서 숏 포지션을 걸거나 콜옵션을 매도했다가는
바로 파멸하게 될 거고...”
윤희는 콘탱고(미래가치를 나타내는 선물지수가
현물지수보다 더 높은 현상)나 프로그램 매수(흔히, ‘기계 돌린다’는 증권가의 은어가 있는데 선물과 현물의 가격차를
이용하여 선물을 매도하면서 현물을 사며 그 차익을 먹는 무위험적인 매매)등 생소한 용어 때문에 눈만 깜빡거리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전에 자신이 증시전문가라며 우쭐했던 게 부끄러워졌다.


“선배, 어찌됐건 외인의 공습은 주가지수 선물시장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거지?”
“응, 윤희는 우선 이쪽 시장에 대해 연구 좀하고 주가지수 선물시장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주길 바래.
그리고 움직임이 수상할 때 나한테 알려주길 부탁해.”
“후훗, 면회도 올 겸 데이터가지고 자주 올게.”


윤희는 가볍게 미소 지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수의를 입고 수척해진 몰골을 하고 있는 정회의
모습이 한없이 안타깝기만 했다.
“윤희, 어찌보면 윤희의 선택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을 하게 될 것 같아. 지금 외인들은 자신들이
보유하는 종목에 대해 외면하고 있는 한국 국민에 대해 뭔가를 꾸미고 있음이 틀림없어.
만약 그들이 제2정벌을 성공하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외인들에 의한 금융의 노예로 전락하게 될 거야.
금융이 지배당하면 국내 기업들도 지배를 받을 것이고 이는 우리의 삶 모든 것을 지배당한다고 할 수 있지.
우리의 젊은이들이 외인들에게 평가받아 취업이나 보직, 퇴직 등을 하게 되고 그들이 경영진을 구성하고
우리의 모든 삶이 그들의 손아귀로 넘어갈 거야. 그때는 우리민족의 마지막 보루인 ‘자존심’이라는 단어도 사라질 거고.
그들의 모든 요구에 응해야 할 거고. 그 때는 복종만이 사는 길이 되어버릴 거야.
윤희.. 만일 지갑에 있는 돈과 자신의 신체 일부와 영혼 중에 팔아야 한다면 그 순서는 뭘까..
돈과 신체 일부는 없어도 살 수 있어..하지만, 우리의 영혼이 저당 잡힌다면 우리의 삶은 끝이지..
처음은 돈을 뺏기지만 결국 우리의 영혼마저 뺏기는 게 이 무서운 돈의 전쟁이야.. ”


정회의 말 속에는 어떠한 사명감마저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의 죄책감 속에서 얽혀지는 사명감이었다.
자신을 돕는 윤희를 위해서 자신이 내 놓을 수 있는 지식은 모조리 윤희에게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회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윤희가 해결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있어. 지금 우리나라 금융계나 기업에는
외인들의 이익을 위해 합법을 위장하여 온갖 것을 다해주고 그 대가로 호화롭게 살고 있는
몇몇 해외유학파들과 외인 아첨꾼들이 우리의 국부를 유출하고 있지.
예컨대, 기업에 이익도 없는데도 장부를 조작해 외국인 대주주를 위해 고배당을 한다거나
고배수로 유상감자를 한다거나... 결국 공시를 신뢰하는 선량한 우리 개미투자가만 피해를 입게 되고.
이런 것들을 적발하여 그들 개미투자가를 위해 집단소송을 수행해주길 바래. 또한, 손해를 보전하기로 하고
뒷돈을 받고 투자해주는 외인이나 국내 펀드매니저들도 철저히 수사해야 할 거야.”


이머징마켓펀드 홍콩지사장 로버트 마이어스는 미 재무성 장관과 전화 중이었다.
“장관님, 더 이상 한국을 지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저희도 이익을 위해서 투자 한 거지 자선사업하려고 투자한 것은 아닙니다.
저희 펀드에 투자한 많은 투자가로부터 비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음, 뭐 로버트 지사장의 뜻은 잘 알고 있소만, 최근 이라크 문제로 국제 여론이 별로 좋지가 않아서....”
“그냥 모른 체만 하시고 저희가 요청할 때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를 통해서 금리인하나 유가를 조금만
형식적으로 낮추어 주십시오. 그리고 나중에 무역적자나 재정적자가 너무 커 유가와 금리를 인상시킬 수 밖에 없다고
하면 됩니다.”
“음....알겠소, 그러면 이번 작전으로 한국은 다시 IMF상황으로 가는 것이오.”


 제 2의 IMF위기, 그들은 그렇게 한국의 경제를 갉아먹을 논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저희도 참을 만큼 참았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금년말 한국의 대선정국은
그야말로 혼돈에 가까운 상황으로 연출될 것입니다. 저희가 이번에 투자이익을 회수하지 못한다면 저희 본국도
어려움에 처할 것입니다. 거기에 한국 사람들의 반미, 반외국인 태도는 아예 우리 외인이 투자한 주식은 쳐다보지도
않고 있습니다.”
“아무튼 우리 미 정부는 그냥 지켜만 보겠소.”
알겠습니다. 저희 작전은 약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화를 끊은 로버트 지사장은 회심의 미소를 뗬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한국 사람들은 알다가도 모를 인간들이다.
왜 그토록 외국인들을 적대시 하는지, 또 한국인은 단 한 번도 남의 국가를 침략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자랑과 긍지로 삼고 있다는 것에 아이러니해 했다.
한국인의 자존심. 로버트 지사장은 그 자존심이 어리석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로버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전화를 집어 들었다.
“아, 스미쓰양. 한국투자 각 펀드 지사장님들 회의 소집 좀 해주세요.
이번 주 금요일 우리 회사 중역회의실로 오후 3시쯤으로 하세요.”
로버트는 재무성의 협조를 확보한 후라 더욱 자신감 있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이번 제2정벌이 완성됨으로써 5,000년 단일민족이라며 자부심을 갖는 한국은 완전히 상실된 채
서울은 국제금융도시가 될 것이고 각 지방은 관광 및 휴양도시 혹은 도시에 상품을 공급하는 농작지 및
제조공장으로 재편될 것이며  한국의 거의 모든 기업들의 경영은 외인의 수중에 들어 올 것이다...
결국 한국인들은 우리들을 위한 서비스제공 노동자로 전락될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이머징마켓펀드 홍콩지사 중역회의실에서는
한국에 투자를 하고 있는 세계적인 펀드회사들의 홍콩지사장들이 모여 있었다.
특히, 퀀텀 인터내셔널 펀드등 전 세계적으로 금융을 교란하고 다니는 헤지펀드 담당자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표정이 진지했고 무거웠다. 그러면서 커다란 음모를 꾸미는 듯 각자의 눈빛과 입가의 미묘한 미소에서
잔악하고 간교한 무엇을 느낄 수 있었다.


홍콩지사장 로버트 마이어스는 미 재무성 장관과 전화 중이었다.
“장관님, 더 이상 한국을 지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저희도 이익을 위해서 투자 한 거지 자선사업하려고
투자한 것은 아닙니다. 저희 펀드에 투자한 많은 투자가로부터 비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음, 뭐 로버트 지사장의 뜻은 잘 알고 있소만, 최근 이라크 문제로 국제 여론이 별로 좋지가 않아서....”
“그냥 모른 체만 하시고 저희가 요청할 때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를 통해서 금리인하나 유가를 조금만 형식적으로
낮추어 주십시오. 그리고 나중에 무역적자나 재정적자가 너무 커 유가와 금리를 인상시킬 수 밖에 없다고 하면 됩니다.”
“음....알겠소, 그러면 이번 작전으로 한국은 다시 IMF상황으로 가는 것이오.”
제 2의 IMF위기, 그들은 그렇게 한국의 경제를 갉아먹을 논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저희도 참을 만큼 참았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금년말 한국의 대선정국은 그야말로 혼돈에 가까운 상황으로 연출될 것입니다. 저희가 이번에 투자이익을
회수하지 못한다면 저희 본국도 어려움에 처할 것입니다. 거기에 한국 사람들의 반미, 반외국인 태도는 아예 우리
외인이 투자한 주식은 쳐다보지도 않고 있습니다.”
“아무튼 우리 미 정부는 그냥 지켜만 보겠소.”
“알겠습니다. 저희 작전은 약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화를 끊은 로버트 지사장은 회심의 미소를 뗬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한국 사람들은 알다가도 모를 인간들이다.
왜 그토록 외국인들을 적대시 하는지, 또 한국인은 단 한 번도 남의 국가를 침략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자랑과 긍지로 삼고 있다는 것에 아이러니해 했다.
한국인의 자존심. 로버트 지사장은 그 자존심이 어리석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로버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전화를 집어 들었다.
“아, 스미쓰양. 한국투자 각 펀드 지사장님들 회의 소집 좀 해주세요.
이번 주 금요일 우리 회사 중역회의실로 오후 3시쯤으로 하세요.”
로버트는 재무성의 협조를 확보한 후라 더욱 자신감 있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는 이번 제2정벌이 완성됨으로써 5,000년 단일민족이라며 자부심을 갖는 한국은 완전히 상실된 채
서울은 국제금융도시가 될 것이고 각 지방은 관광 및 휴양도시 혹은 도시에 상품을 공급하는 농작지 및
제조공장으로 재편될 것이며  한국의 거의 모든 기업들의 경영은 외인의 수중에 들어 올 것이다...
결국 한국인들은 우리들을 위한 서비스제공 노동자로 전락될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줄곧 백워데이션(미래가치인 선물지수가 현물지수보다 더 낮은 현상)상태였던
선물이 몇 일만에 그 많은 매도물량을 소화하고는 콘탱고로 전환됐습니다.
현재 달러가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어서 환율이 폭락하여 원화가치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이는 수출에도 상당히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정회선배가 얘기했던 제2정벌이 드디어 시작됐다는 건가.”
윤희는 정회선배를 떠올리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비록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지만 지금은
이 나라를 위해 감옥에서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회만이 지금 움직이는 동태를 파악하고 해결점을 찾아낼 것만 같았다.
“수고들 했어요. 내 나중에 한턱 낼 테니 다음에 봐요.”
윤희는 민수와 경호를 뒤로하고 이 사실을 한시라도 빨리 정회에게 알리기 위해 보고서를 집어 들고
서둘러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윤희, 내 얘기 잘 들어. 지금부터 대응을 잘못하게 되면 98년의
 IMF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 오게 돼. 우리 국내기관은 프로그램매수정도로 대응할 거야.
여기에 개인들은 자칫 콜 매도나 풋 매수를 할 것이고
선물시장에서 숏포지션(주가가 너무 올라 향후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며 취하는 포지션.
반대개념은 롱포지션)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지.
윤희는 증사모를 통해서 개인투자가들을 계몽해야 해.
절대로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지 말라고 말이야.
외국인 ‘그들만의 리그’를 하도록 내버려 둬야해.
그리고 절대로 같이 매수에 동참해서는 안 돼.
그것은 외국인의 작전이 승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야.
작전에 걸려들지 않으면 작전성공이라는 단어도 없는 거야.
삼성전자가 3백만원이 가든 5백만원이 가든 거기에 현혹되어서는 절대로 안 돼.
만약 국내기관이 그런 외국인에 동조하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막아야 해.
그것은 국부유출인 동시에 우리나라 경제의 대파멸을 얘기하는 거야.
절대로 외국인이 보유하는 종목들을 우리가 비싸게 사주어서는 안돼!”


2007년 여름 한때 외인들은 한차례 무서운 속도로 종합주가지수를 1800선까지 끌어 올렸다.
하지만, 상승하는 종목은 외인들이 보유하는 종목뿐... 1800선에서 한국의 개미들은 그들이
선호하는 증권주, 건설주등 대중주로 매수세가 몰렸다. 이에 외인들은 슬그머니 꽁무니를 내리더니
다시 조정 장세를 연출했다. 외인투자가들은 장을 상승시키다가도 한국 개미투자가의 선호종목으로
매수세가 확산되면 이내 조정장세를 연출했던 것.
그리고는 2007년 겨울이 되자 한국의 정국은 대선정국으로 대형 폭로전과 음해전략으로 극도로 어수선한 상태였다.
외국인들은 ‘레임덕 현상’으로 정국이 혼란한 틈을 타 드디어 제2정벌이라는 작전을 개시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에서도 주가가 오를 여지는 없어보였다.
사회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민생은 그야말로 초토화되고 있었다.
그런데 엄청난 시중 유동성으로 증권가는 금융장세가 오고 있었다.
많은 증권전문가들은 그 상승이유를 놓고 똑같은 얘기만 지속하고 있었다.
중국이 긴축정책을 완화했고 미 연방 준비제도이사회에서 다시 금리인하를 발표했고
유가가 안정화되어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외국인이 엑서더스를 위해 일부러 주식을 올리고 있다는 견해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국내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그렇게 의심만 하지 말고 시장에 순응하라며 그렇게 의심이 많으니
돈을 못 번다며 매수를 외치고 있었다. 과거 현대증권 이익치회장의 망령이 살아난 듯 일부 증권전문가들은
한국의 증시가 긴 조정을 마무리하고 3000포인트까지 가느니 5000포인트까지 가느니 하는 핑크빛 전망만 나오고 있었다.


“윤희야, 내 말 잘 들어야해.
앞으로 네가 할 일이 많이 질 거야. 곧 증권시장은 광(狂)등할 거야.
광등하게 되면 일반 개미 투자가들은 블루칩에 눈이 뒤집혀, 블루칩을 사려 덤빌 것이야.
지금 활동하는 증사모 회원을 규합시키는 일이 중요해”
“앞으로 일어 날 엄청난 일들과, 증권시장에 휘몰아 칠 모든 일을 다 알면서...
지금 어디인거야? 옆에서 나 좀 도와주면 아..안.. 돼?”
윤희는 목이 매어왔다. 목이 매어오는 것은 정회도 마찬가지일 터


다음 날, 윤희는 전 증사모 회장 자격으로 전 회원에게 이러한 취지를 설명하고
외인에 부화뇌동하는 매수를 절대적으로 하지 말아 줄 것을 호소했다. 이른바 ‘블루칩 불매운동’이었다.
윤희가 그런 호소를 하였지만 이미 증권시장은 야수가 포효하는 듯 눈만 뜨면 시뻘건 전광판이 객장의
투자가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빠뜨리고 있었다.


불붙은 증권시장을 주시 하고 있던 황찬희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영본부장은
끌끌 혀를 찼다.
“도대체 외국투기꾼들은 왜 이렇게 한국만 노리는지 몰라,
우리 시스템이 그렇게 엉망이라는 건지. 하여간 걱정이야. 온갖 세계 투기자금은 한국으로 다 몰리니.”



황찬희 기금운영본부장은 100조가 넘는 국민연금을 관리, 운영하는데 있어 남다른 사명감과 보람을 갖고 있었다.
기금운영의 성과가 바로 이 나라 국민들의 노후생활을 보장해주는 것이었기에 그의 어깨는 항상 무거웠다.
IMF의 상처가 아직도 사회 요소요소에 베어나고 있었고 사회의 양극화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으며 최근 한국경제의
상황도 IMF이상의 불경기였기에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고 있는 그에게는 그처럼 사명감으로 진지하고 신중하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한국의 금융가에 또다시 국제투기자금들이 몰리자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에구, 이거 대한민국 국채도 못 믿겠어.
행여 또다시 모라토리엄(지불유예)를 선언해버리면
우리 국민들 노후는 누가 책임지나. 아무래도 기금운영방향을 다시 고려해야겠어. 미국국채를 사 놓을까.”


황 본부장은 점차 격앙된 표정을 지으며 이사장을 쏘아 보았다.
“이사장님, 지금 우리 경제의 현실을 보면 저 외인들의 작전이 성공할 경우 또 다시 IMF에 구걸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아니 이번에는 구제 금융을 받지도 못하고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분위기입니다.
그 규모가 98년보다 10배는 더 큽니다. 그런 상황에 국내 펀드사에 투자하는 것은 바로 돈을 날리는 것입니다.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못 내놓으면 한국 국채도 파산될 분위기입니다. 저는 한국국채도 사지 않겠습니다.
지금은 향후 일시적인 달러결재에 대비하여 미국국채를 사야할 시점입니다.”


현물시장에서도 헤지펀드나 이머징마켓펀드 등
한국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그나마 남아있는 한국의 블루칩 유동물량을 싹 쓸어버렸다.
무디스를 비롯한 국제신용평가기관에서는 외국인의 작전을 지원사격이라도 하듯 한국의 국제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고 있었다. 서서히 안사고는 못 베기는 상황으로 시장은 치닫고 있었다.
이머징마켓펀드 홍콩지사장 로버트는 머지않아 블루칩을 살려고 몸부림치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파안대소를 하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이로써 제2의 정벌은 완료되고 이제 단일민족 운운하는 한국은 없다.
서울은 인종전시회장이 될 것이고 토착 한국자본과 기업은 몰락할 것이다. 이제 그들은 한낱 원주민에 불과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보호지역 내에서만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원주민을 대리하는 소수의 선택받은 한국인만이 우리를
상대할 것이다.”


로버트는 약자란 어차피 이 세계에서 멸종하는 적자생존의 정글의 법칙의 신봉자였다.
과거 아메리카에서 보호 격리된 인디언들이나 한국인들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로버트는 한국인들이 너무 비즈니스마인드가 없고 인정에만 호소하며 자신들의 자존심으로만 무장한
그런 모습이 너무도 싫었던 것이다.


사실 시장에서는 일부 국내 기관이나 일부 개인투자가들이 서서히 동요하면서 기존 보유하고 있던 주식들을
팔고 블루칩을 사기위해 교체매매(좋은 종목으로 자신이 보유한 종목을 바꾸는 행위)를 시도하고 있었다.
폭발할 듯이 상승하는 대형 금융장세에서 국내기관과 개인투자가들은 극도의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
격분해 하면서도 외인들의 보유종목인 블루칩을 부러워하며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본격적인 외국인들의 대규모 작전이 실행되자 증사모 회원들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요즘 블루칩을 사지 않으면 바보소리를 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회원 간에 벌어지는 토론도 뜨거울 대로 뜨겁게 달구어져 있었다.


한편으로는 외인과 함께 블루칩매수에 동참해야 한다는 둥,
애국이 무슨 밥 먹여주냐는 둥, 결국 외인이 승리할 거라는 둥 동요하는 개미투자가가 날로 증가하고 있었다.
윤희는 특별 기고를 통해 동요하는 개미투자가를 달래기 시작했다.
존경하는 증사모회원 여러분!
우리나라는 유구한 역사를 이어오며 숫한 침략과 위기에도 극복해 왔습니다.
그때마다 그 바탕에는 위기마다 분연히 일어서는 민간인들이 있었습니다. 과거 일제치하에서도
우리의 민족기업을 살리기 위해 물산장려운동 등을 통해 국산품애용운동도 해왔으며 최근 IMF때는
금모으기운동도 성공적으로 해냈습니다. 그러한 위기에서 개인적인 이익만을 추구해왔다면 우리는
성공할 수 없었을 겁니다. 이제 우리는 또다시 우리 민간인들의 힘을 보여줄 때가 되었습니다. 지금 증권시장에서
상승을 지속하는 블루칩을 매수한다면 분명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보실 겁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그 이익에 현혹되어
매수하기 시작한다면 저 외국인 작전세력의 작전을 성공하게 만들고 말겁니다. 저들은 우리가 걸려들 때까지
주가를 상승시키며 우리를 유혹할 겁니다. 절대로 블루칩을 매수하지 말아주십시오.


우리 개미투자가들은 이제 대동단결하여 저들이 더 이상 우리를 얕잡아 보게 해서는 안됩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리듯 우리 개미투자가가 더 이상 저들의 먹잇감이 아님을 이 기회에 심어주어야만 합니다.
 아울러 기업도 더 이상 액면배당이 아닌 시가배당을 해야 하며 시가배당이 없는 한 비싼 주식은 사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이번에 저 외국인들의 작전이 성공한다면 외인들은 엄청나게 많은 이익을 보고 일시에 그 이익금을 본국에 환수한다면
달러부족사태로 이어지고 98년보다 훨씬 잔혹한 위기가 다시 온다는 것을 명심해 주십시오.
이 환란 속에서 윤희는 증사모 회원들에게 동요하지 말 것을 제안하며,
순수 토착민간 자본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국내인에 의해서만 그 기업을 경영하도록
제안하라 일렀다. 윤희는 정회의 말을 새겨듣고 실행했으며, 그녀의 뜻을 받든 증사모는 일사천리,
국민들의 대동단결로 이어져 여기저기 촛불 집회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