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00억유로, 증시엔 하루짜리 호재?
외국인 매도 여전..유로화도 약세 지속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천문학적 규모인 7500억유로
상당의 안정기금 설립에 합의하며 지난 10일 전세계 증시를 강세로 이끌었지만,
하루짜리 호재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1일 오전 코스피 200선물지수 장중 한 때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고,
코스피 지수나, 호주, 일본 닛케이 지수 등도 0.5%
안팎의 강보합권에 머물며 상승폭을 빠르게 줄여가는 모습이다.
특히 국내증시의 경우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외국인들이 여전히 매도세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재차 하락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아시아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유럽발 재정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따른 불확실성 탓이다. EU와 IMF가 대규모 안정기금을
마련키로 했지만, 이는 유럽국가들의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
재정위기로 인해 발생한 유동성 경색 및 금융 불안정성 등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라는데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같은 우려를 반영해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향후 4주 안에 정크등급으로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포르투갈 역시
신용등급이 추가 하향될 수 있음을 알렸다. 무디스의 이같은 결정은 당장의 불안감은
해소한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원인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언제든지 같은 위기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정기금과 관련된 불확실성도 높은 편이다.
7500억유로라는 대규모 안정기금이 설립되지만, 이것을 어떻게 조달할지,
어디에 사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명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유로화가 강세 전환에 실패한 것 역시 이같은 우려감이 반영된 탓으로 해석된다.
유로화는 한 때 1.3달러를 회복한 후 재차 1.27달러로 밀려나는 등 약세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유로화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유럽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전문가들 역시 유로화가 당분간 강세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BNP파리바는 내년 3월까지 1유로-1달러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UBS 역시 유로의 적정 가치는 1.2달러로, 그 이하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유로화가 강세를 보일 때가 매도 기회며 3개월내 1.2달러까지
내려앉을 것이다. 국내증시가 장 중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중국증시의 움직임 역시 심상치 않다.
유럽발 호재가 처음 등장한 전일 국내증시가 2% 가까이 반등에 성공하는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강세로 화답했지만 중국증시는 0.4% 반등에 그쳤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잇따라 긴축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탓이다. 각종 긴축정책
속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이번 주 발표되는 물가지수 동향이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의 시장 컨센서스는 각각 2.7%, 6.5%로 3월대비 0.3%, 0.6% 상승이 예상되고
있는데, 긴축정책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물가지수도 높은 상승세를 기록한다면 중국정부가
본격적인 통화 긴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글로벌 증시를 둘러싼 대외적
불확실성은 국내증시 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적으로 보더라도
추가 상승 여력은 20~30포인트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술적 분석상 단기급락
이후 반등은 통상적으로 하락폭의 50~61.8% 되돌림 수준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코스피 지수의 경우 61.8% 되돌림수준까지의 반등을 상정할 경우 20일선이 위치한
1710~1720선까지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한편 이날 오전 10시45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0.60포인트 오른 1688.23을 기록하고 있다. 개인이 830억원 규모를 순매수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30억원, 630억원 규모를 순매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