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 흥분과 의심, 그리고 관망
시장 내 불안감은 여전..글로벌 변동성 유의해야
"첫날은 흥분하고 둘째날은 의심하고 셋째날은 관망한다"
최근 주식시장을 들여다보면 이 말이 딱 들어맞는다.
전날 국내증시가 강한 반등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인식 덕분이다. 스페인이 긴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유럽 위기 진정 기대감으로 연결되면서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스페인에 이어 지난밤에는 포르투갈 역시
재정 긴축안을 발표하면서 대책을 마련했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첫날에는 위기 해소 기대감에 흥분했지만, 둘째날 포르투갈의 긴축안까지 더해지자
잇따른 긴축정책이 유럽 경제 성장을 저해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으로 연결된 것이다.
7500억유로 안정기금 설립 소식에도 확인했듯이 최근 투자자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강력한 호재를 하루짜리 이벤트로 전락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그만큼 투자자들이 여전히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유럽위기가 진정되거나 혹은 누구나 인정할만한 모멘텀이 등장하기 이전까지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날 국내증시는 장 중 1700선을 회복하고 2% 가까운
반등에 성공하는 등 오랜만에 강세 행진을 즐겼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알맹이는 비어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곳곳에서 드러났던 것이다.
대표적인 불안감은 1700선에서의 저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일 국내증시는
장 중 1700.00선까지 치솟으며 6거래일만에 1700선을 터치하는데 성공했지만,
이내 상승폭을 줄였고, 결국 1700선을 밑돈 채 거래를 마감했다. 심리적 저항대인 1700선에
가까워질수록 투자자들의 의구심은 더욱 강해짐을 나타냈다. 국내증시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외국인인데, 그간의 거친 매도공세는 눈에 띄지 않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인
현물 매수에도 나서지 않고 있는 시점이다. 전일 외국인의 매수규모 역시 670억원대에
그치는 등 상당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외국인의 빈자리를 메워줄만한 또다른
투자주체가 절실한 시점이지만, 의구심이 강한 현 시점에서 이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국내 주식형펀드로 투자자금이 5일째 유입되고 있지만, 코스피지수가 상승할수록
환매 압력이 재차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선물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전일 종가기준으로 선물 6월물은 60일 이동평균선 회복에 성공했지만,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선물 시장은 지난 4일과 6일
두차례에 걸쳐 강한 갭하락을 연출했는데 전날 반등에도 불구하고 지난 4일의 하락갭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하락갭을 메우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심리적 부담감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국내증시 뿐 아니라 유로화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유럽국가들의 위기감이 진정되는 국면이라면 유로화
역시 반등에 나서야 하지만, 연일 고꾸라지며 저점을 갈아치우는 모습이다.
전일에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최저치(1.23달러)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반면 안전자산의 대표주자인 금값은 전날 소폭 하락하기는 했지만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분위기다.
불안감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어느 한 방향으로 강한 확신을 갖기 보다는 방향을 암시하는 뚜렷한 시그널이 등장하기
이전까지는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자세가 유리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