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5월 데자뷰
코스피 연저점 하회 가능성 열어둬야
끝이 아니었다. 어지러운 미로속을 이리저리 헤매던 5월 한달이 마무리되면서
미로의 끝도 보이는 듯 했지만, 막상 다가가보니 더 혼란스러운 미로가 이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일주일 5거래일 중에 4거래일을 상승하고, 지수 역시 1670선대까지 올라서는 등 코스피 지수도
그간의 조정을 마무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 주말 글로벌 증시가 보여준 모습은
코스피 지수의 반등 역시 기술적 수준에 불과했던 것임을 제대로 보여줬다.
다우지수는 1만선을 재차 무너뜨렸고, S&P500 지수는 4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안정을 되찾길 기대했던 유로화는 1.20달러대 아래로 추락하며 4년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변환경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미 증시를 1만선 아래로 이끌고, 유로화를 추락시킨 주범은
헝가리였다. 헝가리의 경우 지난 달 새 정부가 출범했는데, 헝가리 총리가 전 정부가 경제상황을 속여왔다며,
국가 디폴트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선 것이 원인이었다. 여기에 기대했던 미 고용지표까지 실망스럽게
발표됐으니 투자자들이 매물 던지기에 혈안이 된 것도 이해할 만 하다. 사실 헝가리의 GDP는 세계 51위권이고,
총 정부 채무는 755억유로로, PIGS에서 가장 작은 포르투갈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헝가리의 국가 디폴트 가능성이 전세계 증시를 공포로 몰아넣은 이유는 헝가리가
비유로존 국가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유로존 국가의 위기로 인해 유로화가 추락하면서 글로벌 경기가
얼어붙었지만, 이것이 비유로존 국가로도 전염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우려를 안겼고,
여기에 미 고용지표까지 부진하자 세계 경제회복에 대한 우려감이 재차 확산된 것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든 것이다. 국내증시 역시 내부적인 모멘텀이 별달리 없는 상황이고, 해외증시에
연동돼 움직이는 만큼 그간의 상승폭을 모두 반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우지수가 1만선을 하회하며
거래를 마쳐 지난 2월 초 이후 넉달만에 최저 수준의 종가를 기록했고, 장 마감시까지 하락폭을
키워가는 모습을 보였으니 연저점을 재차 하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국내증시 역시 힘겹게
올라선 200일선을 재차 무너뜨릴 수 있음은 물론 연저점(1532.68)을 무너뜨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5월 한달 지독한 매도공세를 펼쳤고, 이제야 마음을
바꾸기 시작했나 싶었지만,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가 재차 확산되면서 외국인이 다시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KTB증권은 글로벌 위험선호 지표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고, 5월 저점에 다가서고
있는 호주달러와 7주 연속 하락하고 있는 CRB 금속지수는 글로벌 유동성의 위험기피가 다시 강화될
것을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안전자산 선호를 대변하는 미국 국채가격 강세 전환도 국내증시
외국인 매도가늘어날 것임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시장은 여전히 변동성 국면에 놓여있다.
반등에 나선다 해도 언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지 예측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시장이다.
지수가 반등에 나선다 해도 지나친 기대감을 버리고, 지수가 급락세로 돌아선다 해도 극도의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다만 배 멀미에 유독 약한 투자자라면, 즉 변동성 장세에 자신이
없는 투자자라면 파도가 높아지고 있으니 한발 떨어져 지켜봐야 할 때다. 이번주에도 미
경제지표가 적지 않게 예정돼있다. 오는 7일 4월 소비자신용을 시작으로, 9일에는 4월 도매재고
및 연준(Fed) 베이지북이 발표된다. 10일에는 4월 무역수지와 6월 신규실업수당 신청건수,
5월 재정수지가 발표될 예정이며, 11일에는 5월 소매판매, 6월 미시건대 소비자심리지수,
4월 기업재고가 발표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