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룸살롱 황제로 흥청망청… 실제 계좌는 60만원 남아
  • 2011-01-24
선물뉴스

'은퇴한 농구스타,


삼성선물 과장에 25억 투자 사기 당했다선물 투자의 귀재' 행세…


실제론 3주 수익률 -99%


룸살롱 황제로 흥청망청… 실제 계좌는 60만원 남아


기업인 A씨와 그의 친구인 '농구스타' 출신 B씨가 삼성 계열사 과장에게 57억원의 투자 사기를 당했다. A씨는 기업이 위기에 몰렸고 B씨는 은퇴 자금을 날릴 판이며, 삼성 과장은 검찰에 구속됐다. A씨 등은 2006년 12월 지인들 소개로 선물·옵션 등 파생금융상품을 다루는 삼성선물의 과장 이모(40)씨를 만났다.


당시 이씨는 "두 달만 맡기면 수억원을 번다. 내 덕분에 빈둥거리다 재벌처럼 사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이씨는 '투자의 귀재'로 비쳤고 A씨 등은 그를 '형님'으로 모셨다.


이씨가 A씨에게 투자를 제의한 건 2008년 8월. 이씨는 "목돈을 관리해주고 3개월마다 수익금을 주겠다"고 했다. A씨는 삼성선물 계좌로 6억원을 보냈다. 이씨는 3개월 뒤 "4억원을 벌었다. 우선 용돈으로 사용하라"며 A씨에게 6000만원을 줬다. 기뻐하는 A씨에게 이씨가 다른 제안을 해왔다. "회사 계좌는 주문을 녹취해야 하는 등 너무 번거롭다. 내가 지정하는 계좌로 돈을 넣으면 운용이 훨씬 쉽다." A씨는 흔쾌히 동의했고 2009년 7월까지 41억여원을 이씨의 계좌나 차명계좌로 보내줬다.



이들을 지켜보던 B씨의 마음도 흔들렸다. 이씨는 당시 현역 은퇴를 앞둔 B씨에게 "돈을 맡겨라. 100% 수익을 보장한다"고 했다. B씨 역시 2009년 3월부터 7개월간 25억원을 보내줬다. 이들은 "이씨가 우수사원 표창까지 받았고 삼성선물 사무실에서 거래 내역을 봤기 때문에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작년 3월 원금을 돌려준다고 했던 이씨가 금융감독원 감사를 핑계로 돈 반환을 미루기 시작했다. 그해 7월 8일 이씨는 "감사가 무사히 끝났다. 나흘 뒤 돈을 입금하겠다"고 했고, 그날 밤 고급술집에서 자축파티를 열었다. 당시 술값만 800만원.


다음날 이씨는 A씨에게 부산에 '바람 쐬러 가자'고 했고, 부산의 한 호텔방에서 이씨가 갑자기 A씨 앞에 무릎을 꿇었다. "미안하다. 남은 돈이 없다." A씨는 눈앞이 캄캄했다. 이씨를 고소했다.


수사 결과, 이씨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2009년 6월 1일 투자한 2억원은 1주 만에 1억원으로 줄었고 다시 2주 만에 22만원이 됐다. 3주 만에 수익률 '―99.9%'를 기록한 것. 이씨는 '마이너스의 손'이었으나 A씨 등이 보낸 다른 돈을 인출해 '수익금'이라고 보내왔다. 이씨가 보여준 잔고증명서도 가짜였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50억원이 있다'고 했던 계좌엔 겨우 60만원이 있었다.


멋대로 쓴 돈도 많았다. 2006년 부산에서 서울 본사로 온 이씨는 주말부부로 지내며 평일엔 '밤의 황제'로 살았다고 한다. 최고급 룸살롱을 거의 매일 찾았고, 여종업원 사이에선 돈 잘 벌고 매너 좋은 남자로 통했다. 술집에서 사귄 애인에게 매달 1000여만원을 줬고, 외제차도 사줬다. 애인에게 준 돈만 8억원쯤 됐다고 한다. 이씨도 외제차 등 승용차 2대를 굴렸고 외국 여행 땐 비즈니스석만 이용했다.


A씨 등은 "삼성선물의 책임이 크다"고 했다. "이씨의 직속상관과도 술을 마시는 등 우리의 투자 사실을 회사 측이 잘 알면서 사기극을 통제하지 못했다. 이씨는 5년 전에도 가짜 잔고증명서를 만들다 회사에서 경고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최근 부산의 투자자들이 이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등 피해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