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켓엔진
  • 2011-03-06
이미라

우주로켓엔진












지난 2010년 3월 영국의 버진갤럭틱(Virgin Galactic)에서는 ‘스페이스쉽2(Spaceship 2) ’라는 우주여객선의 첫 비행이 이루어졌다. 또한 같은 해 이 회사는 10월 22일 뉴멕시코주 사막에 세계 최초의 민간우주공항이라 할 수 있는 ‘스페이스포트 아메리카’의 주활주로를 공개했으며, 2012년부터 시작되는 20만 달러(약 2억2600만원)의 우주여행에 이미 380건의 예약이 이루어졌음을 밝혔다. 이처럼 푸른 별 지구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우주여행상품의 등장에 이어 과연 다른 행성, 또 다른 태양계로의 여행은 가능할까?


 


 


인류가 만들어낸 최대 규모의 로켓 새턴 V



195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과 구소련의 우주경쟁은 우주개발을 명분으로 둔 양국의 대륙 간 탄도미사일 개발경쟁이기도 하였다. 이 때문에 발사체에 대한 연구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퍼부으며 이루어졌다. 이 우주경쟁은 결국 미국으로 망명한 독일과학자 베르너 폰 브라운의 지휘에 의한 유인 달착륙 성공으로 마무리되었으며, 이 때 사용된 로켓이 바로 인류역사상 최대규모의 로켓인 새턴-V이다.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거대한 로켓인 새턴-V 로켓, 연료와 산화제가 3,000톤이 넘는 로켓의 질량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또한 그 무게를 극복하고 지구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었다.



 










새턴-V로켓은 총 질량이 3,000톤을 넘어서고, 최대직경은 10.1m, 높이는 110여 미터에 달하는 총 3단의 엔진으로 구성된 거대한 액체추진로켓이다. 이 로켓을 통해 닐 암스트롱을 비롯한 세 명의 우주인은 달 표면 위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새턴-V 로켓의 질량 대부분(전체 질량의 약 90%)은 연료가 차지하며 이 연료의 연소에 의해 발생하는 에너지는 로켓이 지구 중력을 이기고 우주 밖으로 나아가는 힘을 만드는 데에 쓰여진다는 사실이다. 새턴-V 로켓의 육중한 무게 대부분이 실은 그 무게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꽤나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화학 로켓으로는 우주 여행은 어렵다



지금도 지구상에서 발사되는 우주로켓의 에너지 대부분은 여전히 액체연료 및 산화제의 급격한 화학반응, 즉 ‘연소’를 통해 얻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사용 중인 이러한 화학로켓(chemical rocket)으로 자유로운 우주여행이 가능할까? 그 답은 ‘아니오’에 가깝다. 이유는 바로 엔진의 낮은 효율에 있다. 실제 새턴-V 로켓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단과 2단 엔진은 이른바 ‘지구중력권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해 쓰이며, 1단 로켓 추력의 3% 미만에 불과한 추력을 갖는 3단 로켓엔진만이 로켓을 우주에서 가속시키는데 쓰인다. 이러한 사실은 수십 년 동안의 엔진개선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발사되고 있는 화학로켓에 거의 그대로 적용된다.


 



화학 로켓이 명왕성까지 가는 데는 장장 10년이 걸린다. NASA의 우주탐사선 뉴허라이즌스호는 2006년에 발사되었고 2015년에 명왕성에 도착할 예정이다.



 










중력권을 벗어난 후, 저항이 거의 없는 우주환경에서 추가적인 로켓의 가속 없이 목표지점을 향해 같은 속도로 계속 나아가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문제는 나아가야 할 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는 데에 있다. 로켓이 달에 도달하는 데에는 3일 정도가 소요되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우주비행사 세 명이 좁은 우주선에서 3일을 버텼을 때 얼마나 답답했을까를 상상해 보면 그들에게는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구 가까이에 있는 또 다른 행성, 화성의 경우는 어떨까? 화석연료 로켓을 이용하여  화성까지 여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14일로 알려져 있다. 우주에서 반년이 넘는 시간을 외로이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우주선을 좀 더 크게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태양계 바깥에 도달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지난 2006년에 미국에서 발사된 무인 우주선인 뉴허라이즌스(New Horizons)호는 지금은 왜소행성이 되어버린 명왕성(134340 Pluto) 관측을 목적으로 현재까지 이동 중에 있으며, 도달에 걸리는 총 시간은 약 10년 가까이이다. 이 정도 시간이면 명왕성까지 다녀오는데, 평균 약 80세의 수명을 가진 인간은 20년 가까이의 시간, 말 그대로 인생의 1/4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학 로켓 엔진을 이을 이온엔진, 핵 엔진



그렇다면, 지구탈출 이후에도 우주선을 계속해서 좀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엔진은 없을까? 현재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서 이온엔진(Ion Engine)이 있다. 이온엔진은 연료의 이온화 및 가속을 통해 우주선 가속에 필요한 추력을 얻는 원리를 쓴다. 이에 따라 과도한 열이나 빛으로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소모하는 화학로켓엔진에 비해 한 차원 높은 에너지변환 효율을 가진다. 현재 활용되고 있는 이온엔진의 절대추력은 화학로켓엔진에 비해 크게 작기 때문에 지구 중력권의 탈출에는 부적합하지만, 일단 우주공간에 들어서면 수년 동안 작동할 수 있을 정도로 수명이 길기 때문에 행성 간 여행 기간을 충분히 단축시켜 줄 수 있다. 이온엔진은 1998년 소행성 탐사를 위해 발사된 미국 NASA의 디프스페이스1호(Deep Space 1), 2003년 소행성 물질채취의 임무를 띠고 발사된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하야부사(Hayabusa) 등에 장착되어 활용되었다.


 







NASA의 디프스페이스1호에 탑재된 이온엔진. 이온화 시킨 제논(Xenon)가스를 전기력으로 가속하여 배출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미국의 NERVA 프로젝트에서 연구된 핵 엔진의 개념도. 가운데 원자로가 보인다.


 


 











보다 더 큰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엔진을 만들 수는 없을까?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말한 “모든 물질은 고도로 밀집된 에너지덩어리이다.”라는 명언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 이는 바로 핵 엔진(Nuclear engine)을 의미한다. 핵 엔진은 핵분열(Nuclear fission) 혹은 핵융합(Nuclear fussion) 과정 중 나타나는 물질의 거대 에너지화를 우주선의 추력에 활용하는 원리를 지니고 있다. 이론적으로 수소 1그램의 핵융합 반응 에너지가 약 8톤의 석유 에너지에 버금간다고 하니 핵융합 엔진개발이 성공한다면, 화학로켓엔진은 분명 머나먼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릴 것이다. 실제로 핵분열을 이용한 로켓 엔진 연구는 미국에서 NERVA(Nuclear Engine for Rocket Vehicle Application, 1959년~1973년 진행), 메테우스 프로젝트(2003년~2006년)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적이 있다.


 


 


우주 여행을 위해서는 로켓 엔진의 혁신이 필요



이러한 고효율의 우주선 엔진에 대한 연구 외에도 우주에서 우주선 추진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찾으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우주태양광에 의한 광압(Solar Radiation Pressure)을 동력원으로 쓰려는 시도는 이미 일본, 러시아 등의 우주개발 선진국들에 의해 실험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낮은 밀도에도 불구하고 우주에 많이 퍼져있는 수소들을 끌어 모아 연료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제까지 내용을 볼 때, 거대한 불을 내뿜으며 수직으로 치솟는 우주로켓은 진정한 의미의 ‘우주여행’에 활용되기 힘들며, 이온엔진, 핵엔진 등 보다 오래가고 효율 높은 엔진 개발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다른 행성, 다른 태양계로의 빠른 이동이 가능해짐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태양계가 진정한 이웃으로 가까워지는 날이 어서 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