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수
사람은 원래 원기를 지니고 태어나는데 그 원기를
유지하기 위하여 곡식을 비롯한
음식물을 섭취하여야 한다. 그와같이 해서 흡수된 음식의
기운(그것을 곡기라고
표현하였다)이 원기를 누르면 곡기가 승하게 되어 살이
찌게 된다는 것이다. 원기에 알맞을
정도의 곡기를 섭취하여야 되며 사람이 늙어갈수록 원기는
줄어들게 마련인데 이에 대한
균형도 생각하지 않고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곡기가
원기를 누르게 된다.
가령 우리 주변을 살펴보자. 먹성이 좋아 뚱뚱보가 된
친구가 있을 때 (동의보감)의
표현을 빈다면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 곡기가 원기를
눌러서 생명이 위태로운 사람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음식의 기운이 원기보다 승하면 혈액이 탁해져서 모든
병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옛 해석이었는데 과학적 견지로 보더라도 음식의 기운인
지방분, 당분 등이 지나치게
많으면 동맥경화증, 당뇨병이 생긴다는 이치와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치미병: 오늘날 의사는 오직 생긴 병만 다스린다]
우리가 병원이나 약국을 찾아가는 것이 꼭 치료를 받거나
약이 필요하기 때문만은 아니고
때로는 건강이나 병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가는 경우도
많다. 요새 하도 건강이나 병에
관한 토막 지식이 많이 나돌고 있기 때문에 신경이 좀
약한 사람은 자기도 암이 되는 것
아닌가,고혈압이 되는 것 아닌가 등의 의심과 걱정이 생길
때가 많다.
이런 때에 차분하고도 자상하게 의심과 걱정을 풀어주는
분을 찾으려고 병원이나 약국을
찾아가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오늘날의 형편이다.
3시간 3분 제도 라는 말이 있다.
병원에 가서 차례가 돌아오기를 3시간이나 기다려서 겨우
순번이 되었는데 막상 들어가서
여러 가지 통사정을 늘어놓으려고 하면 그런 발언의
기회를 봉쇄당한 채 3분 동안에 진찰이
끝나고 쫓겨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욕구불만의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건강 지식이
읽히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의 의사는 오직 사람의 병만 다스리고 마음은 고칠
줄 모르니 이는 근본을 버리고
말단만 좇는 격이며 그 근원은 캐지 않고 말류만을
손질하는 것이다.
[내경편 권1 신형]
진정한 의사는 사람의 마음을 다스려서 병을 미연에
방지하는 사람이며 병들기 전에
다스리는 사람이 상의라고 한 구절도 있다. 중의는 병이
생기려고 하는 것을 알아차려서
발병하지 않게 하여주는 사람이고, 하의는 이미 나타난
병을 고치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아직 생기지 않은 병을 미리 다스린다.
[내경편 권1 신형]
이것을 이상으로 삼았던 옛사람들은 예방의학적 철학에
있어서는 오히려 오늘날보다도 더
앞장섰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신유일국: 건강을 다스리는 것은 한 나라를 다스리는
것과 같다]
편식이 모든 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동서고금 다름이
없다. 현대 영양학적으로
표현한다면 콜레스테롤이 어떻고 비타민이 어떻고 할
터이지만 옛사람들은 음식물을 다섯
가지 맛으로 나누어 이 오미를 한 쪽에 기울어지지않게
균형을 맞추어 음식을 섭취해야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였다.
오미란 쓴맛, 매운맛, 단맛, 신맛, 짠맛을 말하며
음식물뿐만 아니라 약의 약리작용도
맛을 보아 구별할 수 있다고 하였다.
신맛의 물질은 간에 작용하고, 매운 것은 폐에, 쓴 것은
심장에, 짠것은 신장에, 단것은
비장에 각각 작용한다.
[잡병편 권1 변증]
이 말은 사람에 따라서 식성이 다르고 또 같은
사람일지라도 건강 상태에 따라서
음식물에 대한 입맛이 달라지는 것은 오미의 조절을
통하여 건강을 유지하려는
생체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몸이 불편하여 병이
생길 때에는 우선 입맛에 따라
음식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깃국 냄새만 맡아도 비위가 상하는 것은 고깃국을
피하라는 생체의 명령인데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 기운을 차린다고 억지로 고기를 먹음으로써
도리어 병이 낫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다. 임신중에 입덧이 생겨 신것이 먹고 싶어지는
것도 간 기능을 활발하게 하기
위한 자연섭리라는 것이다.
오미가 우리 몸에 다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모두 우리
몸에 병을 일으킨다. 인체의 생리가
상호간의 견제와 협력에 의한 균형이 유지됨으로써
영위되는 것이기 때문에 모자라도
안되지만 지나쳐도 안 된다. 무슨 음식이 몸에 좋다고
해서 그것만 계속해 먹으면 도리어
해가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사람의 몸은 한 나라와 같으니라.
[내경편 권1 신형]
그러므로 우리 몸의 건강을 다스리는 것은 흡사 한 나라의
정치를 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그래서 옛부터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것은 나라의
재상처럼 모든 것이 구비된 높은
인격으로 생각하여 온 것이다.
[식염 소복위호: 소금 섭취가 지나치면 만병의 근원이
된다]
인체 생리에 있어서 소금이 절대로 필요하며 소금을
섭취하지 못하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의 혈청이 0.85%의
소금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피를 많이
흘려 위험할 때는 무엇보다도 우선 생리적 식염수나
링겔씨약을 수액해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소금 섭취가 지나치면 만병의 근원이 된다.
본태성 고혈압이 주로 염분 섭취
과다에서 생기며, 고혈압이 모든 성인병을 유발하게
된다는 것도 상식으로 되어 있다.
소금: 서북인은 적게 먹기 때문에 수명이 길고 병이
적으나, 동남인은 짠것을 즐겨 먹기
때문에 수명이 짧고 병이 많다.
[탕액편 권3 석부]
이것을 보면 옛사람들도 소금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으며, 어떻게
그와 같은 관찰을 할 수 있었을까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짠것은 혈액에 작용하기 때문에 지나치면 혈병을 생기게
하고 피부를 거칠게 한다고
하였다.
다섯 가지 맛 중에서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은
소금이다. 그러나 되도록 적게
가능하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탕액편 권3 석부]
염분은 일부러 섭취하지 않아도 딴 음식에서 필요한
만큼의 양이 충족되기 때문에 일부러
소금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전연
소금을 모르고 살고 있는 남미의
야노마모, 북극의 에스키모 등의 부족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하루에 소금 10g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양식은 하루에 평균 소금 섭취량이 17g이고, 일본
음식은 하루 20g인데 우리의 음식은 약
30g이상이 된다. 김치, 깍두기, 젓갈, 찌개, 국 등에서
염분이 많이 섭취된다.
(동의보감)에서 식염은 소복불복위호 라고 한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