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하지보: <동의보감요지>
- 2008-06-18
장성수
잠깐 눈을 돌려 우리의 <동의보감>이 이미 1766년부터
중국에서도 간행되어
의가들의 보배로운 존재가 되어온 내력을 살펴보기로
한다.
연암 박지원은 우리나라의 실학파 학자 중에서 북학파의
거성이며, 1780년에
사신의 수행원으로 중국을 시찰하고 돌아와서 저술한
<열하일기>가 유명하다.
그 책 가운데 중국에서 <동의보감>이 출판되고 있음을
기록한 대목이 있다.
[동방의 나라인 우리의 서적이 중국에서 출판된 것이
극히 드문데 유독
<동의보감> 25권은 중국에서 출판되어 아주 인기가 높으며
판본도 정묘하다...
나는 집에 좋은 의학서적이 없어 매양 병이 나면 동네
사방을 찾아 책을 빌어
보았는데 지금 이 책을 보니 구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나
은전 닷 냥이 없어서
사지 못한 채 섭섭히 돌아왔으나 중국판에 나와 있는
능어(청나라의 학자
이름)의 서문을 베껴서 후일의 참고가 되게 하고자 한다.]
<박지원 열하일기>
능어의 서문을 몇 구절 읽어보면 다음과 같다.
[<동의보감>은 명나라 때에 조선의 양편군 허준이
편술한 책이다. 본시
조선사람들이 문자를 알며 책읽기를 좋아하였고...]
<동상>
이런 식으로 추켜올리면서 특히 허씨 일문이 대대로
관록을 받는 집안이며
문장가들이 많이 났다는 소개를 하였다.
[의학의 시조라고 할 수있는 황제와 기백이래로 대대로
명의가 있어 지금까지
의학서적이 많이 나와서 한우충동격이므로 책이 적어서
걱정될 마는 없으나
선택하는 데 정밀하지 못한 것은 내용이 상세하지 못하고
하나에 집착된 것은
편벽스러워 올바른 도를 해치는데...] <동상>
<동의보감>을 보고 "천하지보 당여천하공지(천하의
보배이니 마땅히 온
천하가 같이 지녀야 할 것이다)"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임부약물금기: 임신 초기의 약 복용은 태아에게
부작용을 일으킨다]
지금은 시험관 아기를 만들어내는 과학시대이지만
임신과 출산은 여성에게
있어서 가장 신비스럽고도 전신전령을 거는 중요한 일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우선 잉태가 되면 입맛이 달라져서 태아에게
필요한 음식물을
찾게 된다.
[임신이 되면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는데 예컨대 어떤
내장기능이 허해져
혈기가 약해지면 간에 영양을 줄 수 없게 되며 따라서
간이 허하게 됨으로써
신맛 나는 음식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잡병편 권10
부인>
[임부가 음식 먹기를 싫어하나 먹고 싶어하는 것을
마음대로 먹게 하면
반드시 낫는다.] <동상>
그런데 가족들의 좁은 소견으로 영양보충이 될 것이라고
하여 이것저것 먹게
하면 적당치 않은 식품이 태아에 영향을 비쳐서 기형아.
나산 등의 원인이
된다고 경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음식 금기를 영양분
섭취하는 태아게 무슨
영향을 줄 것이냐고 미신적인 생각이라고 무시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태반투과성을 지니고 있는 약을 임신 초기에
복용하면 태아에게
영향을 주어 기형아가 되게 하는 이른바 최기성의 존재가
알려지면서부터
임신중에는 음식이나 약을 조심하여야 한다는 것이
인식되어 가고 있다.
임신중에는 함부로 약을 복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요즘 상식으로 되어
가고 있는데 <동의보감>에도 임신주의 약물금기가 실려
있어 임신중에
사용해서는 안 될 약의 이름을 나열하고 있다.
[천웅, 수은, 조두, 부자, 웅황, 남성, 통초, 우황,
원청, 원화, 의이인,
건강, 려려, 대산, 모근, 반묘, 수질, 오공, 반하,
사세자황, 야갈, 파두,
지암, 건칠, 조인, 주피, 삼릉, 아초, 망초, 뇨사, 대극,
대자, 모단, 괴화]
<동상>
이렇게 명기되어 있는 이상 과연 어떤 최기성이 있는지
동물실험이라도 하여
보아야 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