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옵션 전용계좌 폐지
  • 2011-05-24
선물뉴스
옵션매수전용계좌도 7월부터 기본예탁금 적용
ELW 건전화 대책 논의하다 불똥…시장 '당혹'


지난 19일 발표된 주식워런트증권(ELW)시장 건전화 대책에서 ELW와 함께 옵션매수전용계좌까지 '기본예탁금 철퇴'를 맞자 두 시장 간 '악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ELW와 옵션매수전용계좌는 둘다 고위험 고수익 파생상품이면서 진입장벽이 낮아 개인투자자로부터 큰 인기를 끌어왔다. 문제는 이번 조치로 옵션과 ELW시장의 진입장벽이 한꺼번에 높아져 파생상품 소액투자자들은 갈 곳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ELW와 옵션매수전용계좌의 악연

금융당국은 이르면 오는 7월부터 ELW 시장에 1500만원의 기본예탁금을 적용한다고 지난 19일 발표했다. 리스크가 높은데도 개인들이 1시간 의무교육만 받으면 쉽게 매매할 수 있어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그런데 '이웃'인 옵션매수전용계좌까지 함께 기본예탁금이 적용되자 시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투자자 보호' 이슈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았던 사항이기 때문이다.

옵션매수전용계좌는 2006년 12월 처음 도입됐다. 옵션 거래에는 1500만원의 기본예탁금이 적용되지만 매수 전용으로만 계좌를 열면 이를 면제하기로 한 것이다. 옵션 매도는 무한대의 손실이 가능한 반면 매수는 투자원금으로만 손실이 제한돼 진입장벽을 낮춰도 무방하다는 취지였다.

여기에는 2005년 거래가 시작된 ELW시장의 급성장이 계기가 됐다. B증권사 연구원은 "당시 코스피지수가 올라 옵션의 계약당 금액도 높아졌다"며 "자금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이 때마침 예탁금 부담이 없는 ELW시장으로 빠져나가자 옵션 거래도 촉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전했다. 옵션매수전용계좌가 생기자 개인들이 활발하게 유입되며 활동계좌 수는 2007년 5년 만에 처음 증가세로 돌아섰다. 국내 옵션시장이 거래량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배경과도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파생시장 소액 투자자 갈 곳이 사라져

이후 ELW와 옵션매수전용계좌는 높은 레버리지를 노리는 소액투자자들의 양대 '메뉴'로 자리잡았다. 두 시장의 급성장 뒤에는 거래소 관할부서 간 라이벌 의식도 작용해 왔다는 후문이다. 옵션은 파생시장,ELW는 유가증권시장 관할로 나뉘어져 있어 '배다른 형제'에 가깝다.

C증권사 연구원은 "ELW 도입에는 옵션시장 성장세가 자극을 줬고,해외에서 흔하지 않은 옵션매수전용계좌가 생겨난 과정에도 관할시장 간 경쟁이 작용했다"며 "이 과정에서 시장 파이가 커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개인들의 무분별한 파생시장 참여라는 부정적 결과도 낳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ELW 기본예탁금 도입을 추진했을 때 '옵션매수전용계좌도 예탁금이 없다'는 반대 논리에 부딪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에도 두 시장의 형평성 논란이 작용하며 기본예탁금이라는 철퇴를 함께 맞았다. 시장의 충격은 더 크다. 소액투자자들이 파생상품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초보자들의 피해를 막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개인들이 주식 투자 위험을 옵션이나 ELW로 회피(헤지)하는 게 힘들어졌다"며 "파생시장의 저변이 축소되면서 전문가 및 준전문가만의 리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