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식 씨는 겨울 히말라야의 크레바스 (빙하가 갈라진 틈) 에 빠져 선배의 자일에
매달려 목숨을 구했던 산 사나이 입니다.
그는 5일간의 조난 끝에 기적적으로 생환했지만 손가락 9개와 발가락 10개를 잃어
2급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최씨는 98년 경상대 사학과에 입학한 뒤 2001년 해병대에 입대한 후 전역하여
한국청소년 오지탐사대 인도 가르왈히말 탐사대원으로 활동하며 지리산 등산학교
강사 등을 하며 산악인의 꿈을 키웠고 2003년 경상대 산악회 회장을 역임하고
2004년 로체 (8516m)와 가셔브롬 (8035m) 남동릉을 잇달아 등정했습니다.
자일로 최씨와 연결돼 있던 박씨도 낭떠러지까지 빠른 속도로 끌려갔습니다.
온몸을 조여 오는 자일에 박씨는 갈비뼈가 부러졌지만 박씨는 끝까지 자일을 놓지
않았고 둘은 1시간 동안 사투를 벌였습니다.
최씨는 등강기(올라갈 때 이용하는 등반 장비)를 이용해 필사적으로 수렁해서
빠져나왔고 둘은 5시간 만에 아무도 없는 산속 오두막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나흘간 강추위를 참아내며 버티다 현지인들에게 발견돼 극적으로 구조
되었습니다. 치명적인 동상으로 최씨는 왼손 엄지손가락을 빼곤 19개 손가락과
발가락을 잃었고 박씨는 10개의 발가락과 8개의 손각락을 잃었습니다.
호리병 같은 크레바스에 빠져 올려다본 하늘은 그이 인생관도 바꿔 놓았습니다.
손마디를 잃고 발가락을 잃었지만 "죽지 않고 살았다는 그 자체가 행복하기 때문에
재밌게 삽니다. 진짜로 절망이 아니고 해피로 바뀌었다니까요. 악몽 한번 꾼 적이
없심다." 다만 축구 못하고 배구 못하는게 좀 불편 할 뿐이라 말했습니다.
"하루를 충실하게 살자. 하루를 충실하게 살자. 내일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는 웃으면 말했습니다.
한 손가락의 사나이는 남은 왼손 엄지에 감사합니다. "못하는게 없어요. 문자도 보내고
젓가락질도 할 수 있고 독수리 타법으로 컴퓨터도 할 수 있어요. 특히 소주잔과
맥주잔도 들 수 있어 사람들과 술 한잔 하는 것도 문제 없죠."
만약 최씨가 잃어버린 열 아홉 개의 손발가락을 쳐다보고만 있었다면
그는 절망하여 다시 일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잃어버린
19개의 가락 대신 쓸모있는 왼손 엄지에 시선을 집중하기 때문에
"해피"하다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갖고 있지 못한 것을 바라보며 실망하는 대신 갖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행복하게 되는 원리인 것을 깨닫습니다.